무위자연/鳥類世上

홍제천의 왜가리

가루라 2014. 2. 13. 10:54

2월초 대형 여름철새인 왜가리를 홍제천에서 만났습니다.

아직은 뼈속까지 한기가 파고들만큼 차가운 겨울 하천에서 먹이활동 중인 왜가리

기후변화와 도심하천의 정비로 인해 겨울에도 먹을 것이 풍부해짐에 따라

여러 종의 철새들이 이동을 포기하고 도심속에서 텃새화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유전인자에 내재되어 있는 생체시계정보가 깨진 걸까요 ?

 

철새들은 보통 내재된 생체정보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고 번식과 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50~60년 전에는 우리 주변에서 여름철새를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철새들에게 있어서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일 것입니다.

몇년전 황새가 상승기류를 타고 히말라야 고봉을 힘겹게 넘는 장면이 TV방송 다큐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상승기류를 타는 힘이 약해서 넘지 못하면 다른 새 몇마리가 남아서

다시 도전하는 것을 도와 힘겹게 넘는 감동적인 장면에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멀리 나는 힘든 날개짓으로 이동하는 것을 포기한 철새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식생에 적응하고 텃새화된 철새들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구조의 날개와 깃털, 뼈를 가진 대형조들이 더 이상 멀리 날 필요가 없어지는 날

 화석에서나 볼 수 있는 시조새처럼 그들도 도감에서나 볼 수 있게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요?

그들의 최소한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야생성에 간섭하지 않도록 먹이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죠.

그것이 자연과 인간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화를 이루는 균형잡힌 생태라면 말입니다.  

 

<왜가리>

척추동물 황새목 왜가리과의 조류

학   명 : Ardea cineraea Linnaeus, 1758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몽골, 인도네시아, 버마, 유럽 온대 일부, 아프리카 일부

서식지 : 논, 못, 습지, 개울, 하천, 하구 등

왜가리의 프로필을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입니다.

목줄기의 검은 무늬가 이채롭군요.

정면에서 보니 그 무늬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길게 늘어진 어깨깃과 한데 어울려 위엄을 보입니다.

목을 접어 웅승크린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는 해오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름철 외모를 자세히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날개깃이나 어깨깃이 유난히 길다랗게 늘어져 보입니다.

어두운 내부순환도로 교각 아래에서 날아가는 모습을 담기는 참 힘듭니다.

노출에 맞는 스피드를 확보하기는 물론 실력조차 뒤따ㅓ라주지 못하고...

체두변발처럼 머리 좌우 정수리에서 자라 흘러내린 검은 머리 깃이 관모처럼 멋지게 날립니다.

봄철 산란기에 자리다툼을 하느라 싸울 때 이 머리 깃을 고추 세우고 위협을 한답니다.

간혹 그런 생태사진을 본적이 있지만

제가 가진 장비로는 그런 장면을 담기가 수월치는 않아서 생태사진은 일찌감치 포기한 영역입니다. 

 홍제천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가 저처럼 어슬렁거리던 왜가리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나 봅니다.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이 얼마나 처량해 보이는지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산책을 하더라도 빠른 걸음으로 움직여야겠습니다.

철 모르는 왜가리처럼 청승맞게 보이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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