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영산홍을 캐서 손바닥만한 화분에 심었다.
뭐 분재수준까지는 언감생심 기대할만한 배움도 없고
다만 작게 키워서 꽃을 볼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으로 식물을 괴롭히는 것이다.
불과 몇줌의 흙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정도까지만 영양을 섭취하게 하는 괴롭힘이다.
노지에서 자연스럽게 월동을 하는 관목을
작은 화분에 심어 겨우내 실내에 들여 놓는 것은
이 아이로 하여금 꽃이 피워야 하는 시기를 헛갈리게 만드는 일이다.
화수분을 해줄 벌과 나비가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하릴없이 꽃을 피우게 만드는 것도 이 아이에게는 못할 일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창 밖은 아직도 엄동설한인데 너의 환한 미소로 벌써 봄을 맞이하리니
꽃을 피는 뭇 식물들은 아직도 꽃눈 속에 깊이 잠자고 있을 때
너는 생기발랄한 얼굴로 나를 맞을 것이니
내 어찌 너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아픔을 마다하겠느냐
작은 화분에 영산홍을 키우는 심정이 이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