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보춘화(춘란)

가루라 2017. 2. 24. 00:23

보춘화(報春花)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어린 시절에 고향에서는 봄에 핀다고 걍 춘란(春蘭)이라 불렀습니다.

동네 뒷산을 올라도 지천으로 널렸던 춘란

그래서 특별히 화분에 심어 집에서 본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도 않았었죠.

자연상태에서 봄에 가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걸

굳이 산채를 해서 집안에 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만큼 흔한 탓도 있겠지만...

그 춘란의 자산적 가치를 인정하여

눈에 불을 키고 산채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늘었던 것은

불과 몇 십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헤집고 다닌 탓에

요즈음 춘란의 자생지에서도 보기 좋은 것들은 찾기가 힘들다네요.

물론 자산적 가치가 있는 무늬종 엽예품이나 화예품에 국한된 것이지만...

잎에 무늬가 있는 엽예품도 아닌 무지에

꽃도 소심, 색설화 등 화예품도 아닌

이런 민춘란같은 것이야 아직도 많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한국춘란은 보통은 향이 없다는데

이 아이들은 미약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은은한 향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해서 살아남은 민춘란.

평범한 사람보다는 비범한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인간들의 현실사회에 비추어 볼 때 역설적이지요.

<보춘화>

외떡잎식물 미종자목 난초과의 상록관엽식물

학   명 : Cymbidium goeringii (Rchb.f.) Rchb.f.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남부, 중남부 해안지방, 삼림지대,. 일본, 중국

서식지 : 건조한 숲 속

꽃   말 : 청초한 아름다움, 소박한 마음.

효   용 : 관상용. 꽃, 잎, 뿌리를 약용한다. 이기(理氣), 관중(寬中), 해울(解鬱), 명목(明目), 활혈(活血), 이습(利濕), 소종(消腫) 등의 효능이 있어

           구해(久咳), 복사(腹瀉), 청맹내장(靑盲內障), 토혈(吐血), 장풍(腸風), 白帶(백대), 옹종(擁腫), 창독(瘡毒) 등 치료에 쓴다.

미끈하게 솟은 꽃줄기 하나에 꽃 하나만 달랑 핍니다.

일경일화(日莖日花)에서 느낄 수 있는 단아함

이 아이들은 입술모양의 백색 꽃부리에 빨간 반점이 있지만

아무런 무늬도 없는 소심의 경우

특히나 더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화에서 "난을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난초를 그린다 하지 않고 왜 "난을 친다."했을까요?

우리말에 "~을 치다"는 상스러운 의미를 내포한 경우가 많습니다.

뒤통수를 치다, 목을 치다, 화투를 치다, 하숙을 치다, 꼬리를 치다 등등

한없이 유려하고 단 한번의 멈춤도 없이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난초

선 것, 누운 것, 긴 것, 짧은 것

어찌보면 제멋대로 서고, 눕고, 길고, 짧은 난초잎을 그려내는 것

그 난초를 그리는 것을 "난초를 치다"로 표현한 우리 선조들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상스러운 표현에서 기품을 찾으려한 것일까요? 

꽃과 꽃줄기를 크게 잡아 봅니다.

비록 색상이 있는 화예품도 아니고 순백의 무심도 아닌데다

완전한 색설화는 아니더라도

나비처럼 날개를 편 꽃을 받쳐주는 꽃줄기를 둘러싼 막질형의 초상엽과 함께

우아하고 멋지기가 그지없어 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에 가득한 은은한 향기

이 또한 노골적이지 않은 기품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난을 가꾸고

애지중지 하였던가 봅니다.

해마다 거실에 이 향기를 담아둘 수 있게

비록 민춘란이지만 옛 선인들의 마음을 담아서

잘 가꾸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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