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봄동 꽃

가루라 2017. 3. 28. 23:29

겨우내 묵은 김장배추에 질렸던 입맛을 되살리게 하는 봄철 음식.

대부분의 집에서는 요맘 때면 봄동겉저리를 해먹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땅바닥에 로제트형으로 바짝 엎드려 지낸 봄동

그 봄동의 속을 남겼다가 용기에 물을 채워 담궈놓으면

노란 유채꽃 같은 봄을 거실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가을에 씨를 뿌린 배추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동그랗게 결구(結球)형태를 만들지 못하고 온 몸을 벌려 지면에 바짝 붙입니다.

마치 이른 봄의 냉이처럼 말입니다.

봄동이라 쓰고 봄똥이라 읽는 것은

아마도 소똥처럼 바닥에 퍼져서 자라는 것을 보고

봄이 낳아놓은 똥이라고 그리부르는 선조들의 해학이 아닐까요?

봄동은 배추보다는 더 두껍지만 더 연하고 고소하고 달달하기까지 합니다.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면 겨울내 김장배추에 길들여진 입에

신선한 봄의 향미를 선사합니다.

봄동겉저리로 입맛에 봄의 풍미를 불어넣었다면

봄동 꽃으로 집안에 봄빛을 가져올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닐까요?

여느 화초 부럽지 않은 샛노란 색깔의 봄동 꽃으로

집안에서 화사한 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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