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청딱따구리 부부 우리집을 찾아오다.

가루라 2018. 1. 4. 00:05

작년에 유난히 많이 달렸던 우리집 마당의 단감.

미처 다 따지 못하고 얼어버려서

까치밥을 유래없이 많이 남겼습니다.

덕분에 진귀한 고객 청딱따구리 부부를

무술년 새해 첫날 우리집 마당에서 맞이했습니다.


<청딱따구리>

척삭동물 딱따구리목 딱따구리과의 조류

학   명 : Picus canus Gmelin, 1788

분포지 : 한국, 북위 40도~60도 상 북반구 유라시아

서식지 : 산지 혼합림지대

체   장 : 25~31Cm

무   게 : 130~180g

영   명 : Grey-Faced Woodpecker

단단한 부리로 산지 숲속 나무줄기에 구멍을 똟고 곤충을 잡아 먹는 새.

특히 개미를 좋아하고 딱정벌레, 매미, 나비, 메뚜기 등을 잡아 먹는 청딱따구리가

감을 먹으려 우리집 마당을 찾았나 봅니다.

서울 시내 가까운 북한산이나 인왕산을 오르내릴 떄

높은 가지 끝에 앉아

나무줄기를 빙빙 돌아가며 벌레를 잡아 먹는 장면을 종종 보았었지요.

매번 본 상황이 너무 높은 가지에 앉은 것이어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제대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주로 단독생활을 하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물까치와의 기싸움에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한참을 노려보니 결국 물까치가 물러나네요.ㅋㅎㅎ

이마에 매력적인 빨간 무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암컷임에 틀림없습니다.

목이 마른 탓인지, 곤충을 잡을 수 없어서인지

달콤한 단감을 열심히 쪼아 먹습니다.

청딱따구리는 동고비처럼 꽁지깃을 이용해

나무줄기에 수직으로 또는 직각으로 앉기도 합니다.

정면 얼굴을 눈높이에서 보니 양쪽 뺨에 난 검은 턱선때문에

꽤 심술궂게 보입니다.

암컷이 단감을 배불리 먹고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삐에로 같은 느낌을 주는 수컷도 나타났습니다.

날개깃 끝의 검은색 물결무늬까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마에 선명한 빨강색 털이

연녹색의 등과 머리 아랫쪽의 회색으로 인해 더욱 돋보입니다.

둘 중 한 마리를 보는 것도 그리 흔하지 않은 데

우리집 마당을 찾은 암수 한 쌍을 거실에서 볼 수 있다니!

새해 벽두에 이런 행운이 어디 있겠습니까?

수컷 역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얼었다 녹아서 달디 단 단감을 배불리 먹고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뒤이어서 찾아온 오색딱따구리 한 쌍까지.

300mm 렌즈로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새해 첫날 우리집 마당은 온통 희귀한 진객들의 방문으로

가슴 뿌듯한 탐조당(探鳥堂)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유래없이 많이 남긴 까치밥 덕분에 주어진 나눔의 큰 기쁨을

새해 벽두부터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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