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양양 하조대

가루라 2019. 10. 24. 01:21

출장 간 사위 대신에 외손주를 데리고 떠난 일박이일 양양여행

칙칙한 하늘 빛이 아쉬운 양양 하조대는

날빛 좋은 날 다시 찾기를 원하는 것처럼

소리 높여 울어대는 파도를 견뎌내고 있었네요.

암석해안으로 기암괴석과 바위섬과 송림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보이는

이 곳의 이름이 하조대(河趙臺)랍니다.

고려말 하륜(河崙)과 조준(調浚)이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했었다고

두 사람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 부른다는 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설은 설로 끝나지요.

하륜과 조준은 둘 다 려말선초의 문인이지만

이성계 일파로 조선 개국과 동시에 개국공신이었던 조준과 달리

하륜은 조선 개국 당시에는 양주에 유배 중이었으며

두 사람의 공통적인 부분은 왕자의 난 때 태종 이방원을 옹립한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양양 하조대 인근에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 옹립을 꿈꾸었다는 설은 조금은 옹색한 설로 보입니다.

차라리 하씨 집안 총각과 조씨 집안 처녀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 만들어낸 이름이라는 설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기암괴석과 더 어울리는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무인등대 가는 길 기암과석

무인등대 가는 길 기암

주차장에서 좌측 해안으로 나가면

드넓은 동해를 당당하게 마주하고 서있는

하얀 무인등대가 있습니다.

돌고래조각상이 이 곳에 왜 서있는지요?

앞바다에 종종 돌고래가 출몰하는 것일까요?

오랜 세월 해풍에 씻기고 파여져서 만들어진 해안의 암벽과 바위

그 암벽에 부딛혀 부서지는 하얀 파도

바다에서 보면 더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악어거북의 머리처럼 생긴 기괴한 바위도 있고

매번 다르게 포말져 부서지는 파도는

묘하게 시선을 붙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무인등대와 하조대 정자로 오르는 갈림길

골짜기 속에 자리 잡은 등대카페

특이하게 판상으로 얇게 분리되는 슬레이트(Slate)지붕으로 되어 있습니다.

판상 나무로 지붕을 이는 너와집, 굴피집과 함께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전통지붕이네요.

주차장에서 하조대 정자 오르는 길

울창한 송림 숲이 아름답습니다.

조선 정종 때 정자를 세웠다는 기록은 있으나

언제 어떻게 소실되었는지 알 수 없고

바위에 각자된 하조대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는데

1955년에 육각정을 세우고 하조대라는 현판을 걸었습니다.

하조대 육각정

육각정 바로 앞에 삼각뿔처럼 솟은 바위 끝에

흙 한줌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그리 자랄 수 있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서있는 명품 소나무.

수고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보호수로 지정된 이 소나무는

수령이 무려 200년 이상으로 예상된다네요.

소나무 숲 사이로 기사문리의 지붕들이

드센 파도와 바람에도 아늑해 보입니다.

바다에 납작 엎드린듯한 낮은 작은 섬.

무인도인 조도입니다.

해안가의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만드는

하얀 포말이 멋지게 보일만큼 바람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하조대 등대 쪽에서 본 명품 소나무

한 컷 더 보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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