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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가루라 2020. 4. 13. 00:30

초등학교시절을 보냈던 고향집 넓은 텃밭에는

아버님께서 키우시던 갖가지 과일 나무들이 있었다.

100가구 가까이 되는 큰 마을이었지만

대부분의 집 마당에 살구나무, 감나무나 한두그루씩 있었지

복합과수원처럼 여러가지를 키우는 집은 별로 없었다.

여러 종의 감나무, 자두나무, 복사나무, 포도나무, 무화과 등등

철따라 따먹을 수 있는 유실수들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남들 다 있는 살구나무만 없었다.

수중에 없는 것이 더 귀해보이고 맛있어 보였던지

나중에 크면 살구나무 하나쯤은 심어야겠다 생각했었다.


<살구나무>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소교목

학   명 : Prunus armeniaca var. ansu Max.

원산지 : 중국

분포지 : 한국, 중국, 일본, 몽골, 유럽 등지

서식지 : 인가 근처 또는 인가

꽃   말 : 처녀의 수줍음, 의혹

효   용 : 식용, 약용, 정원수

           종자를 행인(杏仁)이라하여 진해, 천식, 인후염, 기침, 호흡곤란, 변비, 신체부종 등에 약재로 쓴다.

           종자를 짠 기름 행인유는 항암효과가 있고 연고제, 주사약, 화장품 등의 용제로도 쓴다.

           열매는 날로 먹기도 하고 통조림, 잼, 건살구, 넥타 등으로 가공해 먹기도 한다.

살구가 먹고 싶은 어린 마음에

살구나무가 있는 집안 어른 댁을 기웃거리면

그 댁 할머니께서 노랗게 잘 익은 살구를 한웅큼씩 따주시곤 했었다.

그 때 먹었던 살구맛을 잊지 못해서

결혼 후 시장에서 살구를 한 바가지 샀었지만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잘 먹지를 않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아버님께서 살구나무를 왜 심지 않으셨었는지 알것 같았다.

그래도 동생은 그 살구에 미련이 있었던지

아버님께서 떠나신 후 비어 있는 고향집 마당에

몇년 전 살구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작년 여름 마침내 익은 살구를 맛보았지만

나는 역시 꽃을 보는 것이 더 좋다.

복숭아꽃, 살구꽃 피던 나의 고향.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동요 '고향의 봄'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복숭아꽃 살구꽃은 고향의 상징이다.

그래서 아파트생활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을 마련했을 때

마당 한구석에 살구나무를 심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복사나무는 꽃은 예쁘지만

원래 담장안에 심는게 아니라고

옛날부터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때문에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마당의 넓이는 삿갓배미만도 못한데

단감나무에 소나무 두그루, 대추나무까지 있었으니

살구나무를 심는 꿈은 접었다.

대신 어머님께서 주신 매실나무를 한그루 심었었다.

꽃도 보고 마당안에 향기가 가득하라는 뜻이셨던 것 같다.

마당에 살구나무가 없어도 집에서 몇걸음만 나서면

여기저기 활짝 핀 살구꽃을 볼 수 있다.

집앞 공원에도 조경수로 살구나무를 심어 놓아서

활짝 핀 연분홍 살구나무를 보면

굳이 우리집 마당이 아니어도 고향의 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은 입맛을 홀리는 수입 먹거리 과일들이 너무 많아서

내 어린시절 추억의 과일이었던 앵두나 살구는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추억의 과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머지않아 살구나무도 관상수로써만 그 가치를 인정 받을 뿐

살구를 따먹기 위해 심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살구를 먹었다는 것은

도감으로나 알 수 있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한세대의 소멸을 의미하는 역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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