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꽃사진

할미꽃 선물

가루라 2020. 4. 16. 00:42

작년 가을 종친회에 갔다가

집안 어르신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할미꽃.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걸 알고 계셔서

우리집에 어울릴 것 같다고

화분에 심어 옥상에서 기르던 것을

무거운 화분째 가져 오셨다.

무덤가에 핀다는 선입견때문에 집안에 심기 부담스러웠지만

버스타고 무거운 걸 들고 오신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와야만 했었다.




<할미꽃>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Pulsatilla koreana (Yabe ex Nakai) Nakai ex T.Mori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중국 북동부, 우수리강, 헤이룽강

서식지 : 산과 들의 양지

이   명 : 노고초(老姑草), 백두옹(白頭翁)

영   명 : Korean pasqueflower

꽃   말 : 슬픈 추억, 충성

효   용 : 관상용. 약용식물. 유독식물이므로 뿌리를 해열, 수렴, 소염, 살균 등에 약용하고 이질 등의 지사제로 쓴다.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약으로 쓴다.

마당에 옮겨 심기 부담스러워서

받은 화분 그대로 마당에서 겨울을 나게 두었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어도 별 부담이 없을듯했다.

지난 겨울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였었는지

화분에서도 잘 살아주어서

봄이 되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어린시절 고향 마을 뒷동산에는 집안의 윗대 어른들의 산소가 많았다.

종중 선산이었던 탓에 때되면 할아버님을 따라 성묘를 가기도 했고

낮은 구릉지대처럼 된 지형때문에

소꼽친구들과 칼싸움이나 술레잡기 등 놀이터로도 자주 이용했었다.

그 뒷동산에 봄철이면 여기저기 빨간 할미꽃들이 피었었다.

할머니의 머리처럼 하얗고

할머니처럼 허리를 구부리고선

빨간 피를 토하듯 핀 할미꽃.

무덤이 있는 뒷동산이 어린 우리들의 놀이터였지만

60년대 밤이면 무덤가에서 핀 도깨비불도 종종 볼 수 있던 때여서

할미꽃을 꽃으로 보기 보다는 무덤의 수호신처럼 여겼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무덤가에서 할미꽃이 하나 둘 사라졌다.

지금은 고향 마을 뒷동산에 올라도

할미꽃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이 변해서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농촌에서는

벌초하기 조차 어려워졌다.

그런 집안은 파묘를 하여

바닥을 대리석이나 시멘트로 형성한 가족묘원 형태로 합장을 하면서

묘지 봉분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무덤이 없어진 그런 자리에 할미꽃이 다시 피어날까?

무덤가의 할미꽃에 대한 추억은

어쩌면 우리 세대로 끝날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흔해서 보호종으로 관리할 일은 없겠지만

어쩄던 내 추억의 장소에서는 볼 수 없는 할미꽃.

올해 종자를 파종해서 개체를 늘려

가능하다면 아버님 산소 주변에 다시 심어야 겠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할미꽃은

할미꽃, 동강할미꽃, 노랑할미꽃, 가는잎할미꽃, 분홍할미꽃, 산할미꽃 등이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다른 종과 달리 하늘을 향해 피는 동강할미꽃을

재작년 사서 마당에 심었었다.

요즈음은 발칸할미꽃 등 여러 색상의 외래종 할미꽃도 화원에서 팔고 있다.

같은 할미꽃속인데 서식지가 무덤가가 아니라 절벽이라고

동강할미꽃만 마당에 심은 것도

생각해 보면 고정관념적 분류다.

올해 씨를 채종해서 직파하면

잘하면 내년에 꽃을 볼 수도 있다니

개체수를 늘려서 담장위 화단으로도 옮겨야겠다.

고향 동네 뒷동산에도 심고...

꽃이 피어있는 내내 고개를 숙인 할미꽃

꽃이 지면 꽃대를 하늘을 향해 고추세운다.

어쩌면 바람에 홀씨를 멀리 날려 보내려는 몸짓 아닐까?

미래를 향해 과감히 과거의 이미지를 버리는 할미꽃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좋은사진 > 꽃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노랑제비꽃을 찾아서  (0) 2020.04.20
살아남은 깽깽이풀  (0) 2020.04.17
치오노독사(설광화)  (0) 2020.04.15
살구꽃  (0) 2020.04.13
가는잎그늘사초  (0) 20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