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참새구이

가루라 2021. 2. 11. 00:04

#참새구이

참새구이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참새가 소 등에 앉아

"내 고기 한 점이 네 고기 한 근보다 낫다."라고

말했다는 고사를 모르면

참새구이의 맛을 모르는 것이다.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지금도 술집에서 술안주로 참새구이를 팔기도 하나 보다.

1970년도까지만 해도

포장마차의 안주는 대부분 홍합탕에 참새구이였었다.

1972년 환경법에 따른 수렵금지 조수에 참새가 포함되면서

참새구이는 거의 사라졌지만

요즈음 중국 수입 참새로 만드는 탓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농촌의 유해조수인 참새를

도대체 왜 포획 금지한 것이냐?

그리하여 향수에 젖은 술꾼들을

중국산 저질 참새구이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냐?

참새는 옛 문헌이나 서화에 흔히 인용될 정도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조선의 요리 관련 책에

참새고기의 저장에 관한 기록도 있고

때로는 참새를 일반 백성의 삶이나

약아빠진 탐관오리에 빗대어 쓴 한시도 많고 보면

주변에 너무나 흔한 날짐승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가을걷이 전까지

들녘 여기저기는 참새와의 전쟁으로 소란스러웠던 60년대

추수가 끝나면 참새잡기에 나서곤 했었다.

저녁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서까래와 초가지붕 사이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튼 참새 집을 털었다.

손전등을 처마 밑 참새 둥지에 비추고

불빛에 꼼짝 못 하는 참새를

형들이 잡아내면 우리는 그것을 자루에 담았다.

가을 내내 깡통을 두드리느라 아팠던 팔과

훠이 훠이 하고 내지르느라 쉬었던 목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잡히는 대로 잡았었다.

어쩌면 가을 내 알곡을 먹여 사육하고

살집이 오른 참새를 겨울에 잡아먹는 것이나

진배없는 겨울철 풍습 같은 것이었다.

요즈음 시골은 어떤지 모르지만

서울 도심에도 흔한 참새떼를 보며

그 시절의 맛있는 참새구이를 떠올리면

당신은 살만큼 산 사람이리라.

코로나로 인해 명절의 세시풍속조차

급격하게 사라질 것 같은 요즈음

동네에 나타난 참새 떼를 보며 생각해 본다.

'좋은 글 >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차례상  (0) 2021.02.13
설날  (0) 2021.02.12
과메기친구  (0) 2021.02.07
아파트가격에 대한 단상  (0) 2021.02.04
입춘  (0)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