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과메기친구

가루라 2021. 2. 7. 01:47

#과메기

출가한 딸내미가 아빠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주문해준 과메기가 도착했다.

집사람은 물컹한 식감 때문에 회는 물론 과메기도 먹지 않으니

이 많은 양을 혼자 다 먹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먹는 과메기가

마치 내게는 홍어 맛처럼 익숙한 맛이었는 줄을 몰랐었다.

사실 현직에 있을 때도 경상도 출신 동료들과 식사 자리에서 먹을 일이 종종 있었지만

과메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던 내가

과메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은퇴 후 고교동창 산악회 회장을 4년 넘게 하면서 산행기를 동창회 카페에 기고했었는데

그에 많은 친구들이 호응해줄 정도가 되었다.

동참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산행 시 먹을 간식거리를 우리 집으로 보내 주거나

다른 친구 편에 들려 보내주기도 했었다.

그중 포스코에 오래 근무한 친구가 포항에서 과메기와 문어숙회를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먹었던 과메기가 어찌나 맛있었던 지

판매처에 직접 주문해서 추가로 사 먹기도 했을 정도였었다.

그렇지만 나 혼자 먹자고 다시 사기도 그렇고 해서 한동안 과메기 맛을 잊고 지냈었다.

이번에 딸내미가 주문해준 과메기를 너무나 맛있게 먹고 페북에 그 글을 올렸더니

그 친구가 그 글을 보았던 모양이다.

어제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내가 그렇게 과메기를 좋아하는 줄 몰랐다며

과메기를 집으로 보내주도록 할 테니 주소를 불러 달랜다.

친구 덕분에 과메기 맛을 알았지만 보내주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구들을 못 만나니

나 혼자 먹을 수도 없어서 생각만으로도 고맙다 사양했다.

중고등학교 6년을 같이 다녔지만 한 번도 같은 반이었던 때가 없었던 친구.

그저 서로 이름만 알 정도였던 친구이기에

환갑이 넘어서 새삼스레 더 친한 친구가 된 그를

이젠 과메기 친구라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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