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새모이통만들기

가루라 2021. 1. 28. 00:02

#새모이통만들기

몇 년 전 마당에 구멍을 파는 서생원을 잡겠다고

저녁에 끈끈이쥐덫을 놓은 적이 있었다.

이른 아침 쥐덫에 붙여 놓은 알곡을 먹으려던

딱새 암컷 한 마리가 쥐덫에 붙었다.

바들바들 떠는 새가슴을 보며

쥐덫을 놓은 것에 얼마나 자책을 했던지.

다행히 끈끈이를 주방용세제로 닦아내고

날개를 말려서 살려냈었다.

반나절이 지나 손바닥에 올려 놓으니

마당 위를 포로롱 날아가는 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후로 다시는 마당에 새모이를 주지 않았다.

마당에 떨어진 곡물에 꼬이는 서생원이 싫어서다.

대신에 새모이대를 사다 걸까

궁리만 하다가

모스크바 출장 중 흰 눈에 덮힌 공원에서 본

페트병을 잘라만든 새모이통이 생각났다.

막상 만들려고 보니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더니

집안에 다 쓴 페트병 하나 없다.

탄산음료를 먹지 않는 노인네들 사는 집에

페트병이 있을 리 만무지만

투덜대는 내게 집사람이 내민 젓갈통.

깨끗이 행궈서 오징어젓갈 냄새도 없단다.

손자들과 놀다 망가진 찍찍이캐치볼 장난감과

나무젓가락 두개, 신발끈, 볼트너트로

새모이통을 만들었다.

원반 한 짝으로 지붕을 삼고

한 짝은 먹이가 쏟아지지 않도록 받침으로 썼다.

받침과 젓갈통을 볼트로 고정하고

받침에는 드릴로 구멍을 내어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한 후

글루건으로 새가 앉을 젓가락을 고정하니

훌륭한 새모이통이 완성되었다.

이젠 새들을 불러 모으면 되는데...

바이럴마케팅을 해야 하나

인터넷마케팅을 해야 하나?

옛날에는 무시로 우리집 마당을 찾아오던

박새, 쇠박새, 딱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개똥지바귀 등

작은 새들도 코로나로 집콕 중인지

별로 많지 않다.

이젠 코로나도 그만 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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