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아파트가격에 대한 단상

가루라 2021. 2. 4. 00:01

#아파트가격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 어려운 문제다.

투자의 수단으로써의 집을 인정하지 않고

거주의 수단으로 인정하여

한 채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중과세를 하면

해결될 수 있을까?

이런 주장을 내세우면

빨갱이냐, 공산주의 국가냐 난리 날 것이다.

저금리 시대인 오늘날

소득의 불균형은 곧 자산의 불균형으로 치닫고

계층 간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고

더불어 수반되는 정보력의 차이로 인해

한번 떨어진 계층에서 차상위로 오르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강남불패의 신화를 뽐내는 강남의 집값도

사실은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서울의 거대 도시화에 따라

뽕나무 밭, 진흙탕이었던 강남을 개발했지만

강북 사람들이 탐탁해하지 않자

강북의 명문고교를 강남으로 이전시키고

각종 당근을 제시하여 오늘날 강남을 만들어냈다.

지방 도시와 비교하면

32평 기준 아파트 가격이

3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

과연 정상인 것인가?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자금은 풍선효과처럼 규제의 그물을 빠져나가

아파트, 오피스텔에서 빌라까지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시국이다.

현직에 있을 때

직장생활 7년 만에

직장조합주택으로 32평 아파트에 입주했다.

이재에 밝은 지인은 내게 권했었다.

그 아파트를 팔고 분당에 같은 평수 아파트를 사라고.

금액 차이가 없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지만

집의 의미를 주거의 안정에 두었던 나는

그 집에서의 삶에 아주 만족하였다.

베란다를 식물원처럼 꾸며두고

포도덩굴이며 배나무에 분수까지 설치했다.

갈아탈 생각은 꿈도 꾸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으니

결국 부동산 투자에서 실패한 삶을 산 셈이다.

거의 30년을 대기업에서 근무한 결과는

은퇴 후 지금의 단독주택 한 채를 가진 것이 전부다.

그것도 촌놈 출신이라 땅을 좋아해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한 채를 가진 나를

스스로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러나 요즈음 부동산 시장의 난동으로

심각한 자괴감에 빠졌다.

지금의 주거로 나 하나 만족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출가한 내 아들, 그리고 딸이 집을 사는 것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젠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두 번 갈아타고 압구정동 조합주택을 받았으면

그 집을 팔아서 아이들 집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줄 수라도 있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에

노후의 삶이 편치 않은 요즈음이다.

그동안 내게 찾아왔던 이재(理財)의 기회들.

남들처럼 그런 기회를 외면한 것을

지금에 와서 후회해야 하나?

약삭빠르지 못한

나의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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