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動物世上

늙어가는 우리 롱!!!

가루라 2007. 4. 18. 00:42

벌써 4년째

한 식구인지 아닌지 모를 한 식구로 살아온

우리집 강아지,

숏다리가 안타까워 붙여 준 "L" sound가 아닌 "R" sound의 이름 "롱".

집에 온지 석달이 넘도록 대소변을 못가려

결국 마당 한켠 감나무 밑으로 분가해 보냈죠

 

명절이나 휴가 때면 때론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성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롱순이 얼굴은 커녕 꼬리조차도 구경 못한

숫총각 신세여도

 

외출했다 돌아오는 쥔장을 보면

왈왈거리며 만져 달래다가도

낯선 발자국 소리들이 담장 근처에 어슬렁거릴라치면

당장에라도 물어 뜯을 듯이 사납게 짖어대는 것이

그나마 있을 때라도

입성거리 제대로 챙겨주는

쥔을 위한

제 할 도리로 아는

뿌리없는 잡종견입니다.

 

 

 

 

지난 겨울

눈속에 서 있는 자전거 바퀴에 기대어

힘없는 내 귀갓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롱"이가

유난히도 외로워 보였습니다.

저나 내나 원하지 않는 나이들음은 감당하기 어려운

화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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