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통영 번개5(동피랑)

가루라 2009. 10. 14. 00:18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기만 했지 언제 한번 가 보나 했던

그 곳 동피랑에 도착하다.

동쪽 벼랑에 있는 마을이라 동피랑이라 한다나...

해는 벌써 서산에 걸리고....

동피랑은 현대화의 길목에 걸린 알카트라즈인가 ?

거주민의 생활과는 유리된 채

우리의 전통적인 고샅을 보존한다는 의미보다는

매마른 시멘트 구조물 틈바구니에 색깔의 감성을 이입하여

감성에 쉽게 몰입하는 젊은이들 중심의 아웃사이더와

철저히 현실에 유리된 채 세월의 잔재에 눌려 사는 하층 서민의 삶의 한 단면을

무슨 상관관계로 엮어 두는 것인가 ?

늘어나는 젊은 관광객 또는 태반인 여성 관광객들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 

동피랑에는 꿈이 살고 있다는데

세월의 두께만큼 깊어진 주름 투성이의 동피랑 주민들의 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

이미 내려다 보이는 통영항을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갈매기를 꿈꾸는가 ?

아니면 재개발의 바람으로 부터 일시적인 피난처를 구했을 뿐인가

불가피하게 현역 신분인 아들놈 얼굴은 가리고

우리도 만들어진 꿈속에 몰입하고자 한다.

                     <딸내미, 마나님, 아들놈 그리고 난 ?>

통영항을 바라보며 이미 대부분의 도심주택에서는 사라져버린 굴뚝이 반갑게 손짓한다.

무거운 물탱크를 지고 있는 것처럼

힘겨워 보이는 동피랑의 삶의 무게는 철저히 희화화되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

동네골목을 우리는 고샅이라고 불렀다.

그 어원은 골짜구니의 샅 즉 사타구니, 사이라는 말일 터

돌로 나즈막한 담장을 쌓은 골목,

고샅을 사이에 두고 이웃간에 서로 오가는 정담이 그려지던 골목.

청량하고 낭낭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던 고샅.

저녁 밥 짓는 연기가 바닥에 낮게 깔려 길을 가득 메우던 고샅.

그런 골목들이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들어 서면서 사라지고

도시는 이웃간에 대화가 사라진 섬으로 변해버렸다.

저만치 앞서 가는 마나님과의 거리만큼 멀어진 이웃 

동피랑의 스라브 지붕 건너로 내려다 보이는 통영항도

뉘엇뉘엇 지는 석양 그늘에 내외하며 돌아 앉았는데

동피랑의 꿈은 비닐풍선 속에 갇힌 석양처럼 요원하다.

그러나 동피랑에는

대문을 열고 골목에 나 앉지 않더라도

고샅으로 난 쪽문을 통해

이바구를 할 수 있을만큼 가까운 이웃이 있다.

굳이 전신을 보지 않더라도 쪽문을 통해 눈빛만 보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웃이 사는 동네 동피랑

그 고샅에 놓인 의자에 앉아 동피랑을 다시 본다.

아니, 동피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피랑 속에서 50년대, 60년대 유년기의 나의 기억의 편린을 찾는다.

통영항을 돌아 나가는 해풍처럼 삶의 의미는

그 때 그 때 불어 오는 바람처럼 달라 지는 것

저 만치 떨어져 앉은 아들 놈이 배냇짓을 잊어 버릴 때 쯤부터

자식도 이미 내 자식이 아닌 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저만치 뒤로 하고

동피랑에서 오늘 나는 무엇을 찾았는가 ?

세월이 지나 퇴색해 버린 꿈속에 이 벽화가 주는 의미 ?

평생을 힘들게 오르내렸을

깔크막 위의 동피랑 주민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을

어린 시절의 유희와 동물원과 바람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던 바람개비에 대한

아련한 꿈 ? 

한 사람이 간신히 오를 수 있는 대문 없는 철계단과

나란히 선 아라베스크문양의 철대문과의 부조화 속의 조화를 보는가

이정표는 이미 어둠 속에 갇혔다.

전설 속으로 사라진 해저도시 아틀란티스를 그리워하며 

술을 좋아하는 이름 모를 팝아티스트의 취생몽사로 인한 잔재를 본다.

술에 취해 놓아버린 붓에서 흘러 내린 페인트는 술이 되고

술에 취한 육신은 벽과 하나 되어 그림이 되었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콤포넌트형 오디오와 벽화의 만남 ?

의자는 해드폰과 거리를 두고 놓여 있는데

동피랑은 그 자리에 앉아 현대 문명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 볼 뿐이라는 뜻 ?

이곳 통영항 부둣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로 건너 중앙시장에게 큼직한 광어와 참돔 한마리씩을 4만원에 주문하다.

시장통 바닥 플라스틱 다라에 담긴 생선을 횟감으로 골라서

옆에 붙은 식당에서 밥과 매운탕 값을 치르고 먹을 수 있는 공생구조가 중앙시장에 있다.

네 식구가 먹다가 결국 나머지를 비닐봉지에 담아 내고서야 상을 물릴만큼 푸짐하다.

식사를 마치고 마주한 통영항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겼다.

불안한 아들 때문에 포기한 W호텔을 아쉬워하며

숙소로 정한 마산 리베라호텔을 향하다.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남저수지  (0) 2009.10.27
마산 가포, 안녕마을  (0) 2009.10.25
통영 번개 4(통영수산과학관)  (0) 2009.10.12
통영 번개3 (달아공원)  (0) 2009.10.10
통영 번개2(미륵산 케이블카)  (0)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