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얼레지, 4월의 여왕

가루라 2010. 4. 19. 13:11

 

빛바랜 낙옆과 고목나무 등걸이 아직도 차거운 바람에 나뒹구는 겨울왕국인 숲속

그 숲속의 여왕 얼레지의 개화로 숲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편다.

고운 분홍빛 여섯자락 치마폭을 봄바람에 휘날리기도 하고

심지어 발라당 까 뒤집어 화려한 속곳을 부끄럼없이 내보이는 얼레지

바람난 여인에 꼬인 벌과 나비로 4월 숲속은 부산해진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얼레지는 씨앗으로 번식한단다.

잘익은 씨앗에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당분덩어리가 붙어 있어서

개미들이 씨앗을 깊은 땅속 개미굴로 물고 들어가서는

당분만 취하고 씨앗을 개미굴에 그대로 버려둔다.

땅속 30~40센티미터 깊이 개미굴, 새나 다람쥐 등 동물로부터 보호받은 씨앗은

6~7년의 긴 발아과정을 거쳐 마침내 화려한 꽃을 피운다.

꽃이 예쁘다하여 혹시라도 뿌리채 채취하려면

땅속깊이 있는 비늘줄기를 캘 수 없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각광을 받는 전분덩어리로 알려진 비늘줄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락을 이룰 정도로 번식하는 얼레지의 생존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몸의 일부를 개미들에게 스스럼없이 나누어 줌으로써

보다 많은 종의 번식을 기대하는 얼레지의

나눔의 삶

 

그래서 이 봄 숲속의 바람난 여인이 더욱 더 사랑받는 이유인지 모른다.

 

얼레지라는 이름이 특이하여 알아보니

잎의 '어루러기' 같은 핏빛무늬 때문이라는 설과

우습기는 하지만 얼레리 꼴레리에서 유래했다는 글들이 떠돈다.

 

이름의 유래가 어찌되었던 아직도 요원한 봄의 연두색 기미조차 없는 어두운 숲속에

화려한 자태로 홀로 외로이 핀 얼레지는

불꺼진 플로어 위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혼자 외롭게 춤을 추는 슬픈 엘레지의 여왕을 보는 것 같다.  

 

<얼레지(영명 : Dog Tooth Violet)>

외떡잎식물 백합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학   명 : 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서식지  : 높은 산 숲속 볕이 잘드는 곳

개화기 : 4월

이   명 : 가재무릇, 얼러주(영월), 어사초(정선)

꽃   말 : 질투, 바람난 여인

효    용 :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땅속 비늘줄기를 약용한다.

           비늘줄기에는 스테로이드사포닌, 콜히친 등의 성분이 있어 전분으로 만들어 자양강장, 건위, 진토, 지사, 위장염에 처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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