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노을

가루라 2011. 9. 22. 22:49

요며칠 날이 좋아 환상적인 노을이 만들어진 탓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불타는 노을에 매료되는 것은

지는 인생에 대한 저항의 몸짓은 아닌지,

열정적이었던 한참 때의 삶에 대한 회귀를 그리워함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쉰세대는 시간과, 운명과 죽음을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야 하는 세대라고

어느 정신과전문의는 말하더군요.

 

새털같은 나날이 흘러 가버리고

현실에서 뒤로 밀려났다는 사실을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어느 날

되돌아 보니

어느 새 나도 쉰세대 대열에 올려져 있더군요.

 

여전히 어깨에 얹혀진 삶의 무게는 그대로여도

지금껏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만 온 일상속에서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 것들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이

발걸음을 붉은 저녁 노을 아래로 이끄는 것이겠죠.

 

자연에 순응하는 것

그것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의 표상이 아닐까요.

 

성산동 한강시민공원에서 정말 불타는 하늘을 만났습니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한때는

푹신하고 매끄러운 황금빛 비단보료 위에 앉아 있기도 했었고

때로는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으로 받았던 삶도 있었지만

맑고 흐린 날들의 질곡속에서도

황금빛 여생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속절없이 저무는 석양에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새들처럼

우리는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평등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생전에 어떠한 삶을 누렸던지에 관계없이

똑같은 황금빛 석양이 그의 유택을 따스하게 감쌀 것입니다.

타는듯한 저녁노을을 관조해보며

문득 나이에 대한 셈법을 달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다시 세상과 가까워지기라고나 할까요.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촌호수   (0) 2011.09.29
성산대교 야경  (0) 2011.09.25
한강의 저녁노을  (0) 2011.09.20
서울 야경  (0) 2011.09.19
석촌호수 서호 파노라마  (0) 2011.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