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청둥오리의 짝짓기

가루라 2011. 10. 12. 09:11

늦은 가을 오후 홍제천에서 잔인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둥오리의 짝짓기 전쟁입니다.

언제부턴가 철새들이 도심 하천에 정주하여 텃새화되고 있습니다.

홍제천을 따라 걷는 길

홍은초등학교를 지나 동일아파트 앞

복개도로 밑에 형성된 무성한 갈대수풀

갈수기에 대부분 말라버리는 상류와 달리 꽤 넓게 고인물

적당한 수심과 녹조류 그리고 버들치 무리들

고층건물에 막힘없이 잘 드는 햇빛

아마 이런 자연적인 조건들이 집단으로 정주하게 만들었지 싶다.

얼핏 보기에도 20여마리가 넘는 청둥오리떼

더할나위없이 평화로운 도심속 하천풍경이다.

 

물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즐기는 두쌍의 청둥오리들

깃털 말리기에 여념없는 암컷

잔잔한 하천수면에 파닥거리는 요란한 소란이 일더니

몸집이 큰 수컷 세놈이 어울려 한마리의 암컷을 물속에 밀어 넣고

집단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 

청둥오리의 교미는 물속에서 이루어 지는데

몸집이 큰 수컷이 암컷 등위에 올라타고 암컷의 머리뒤꼭지를 물고 물속에 밀어 넣고는

꽁지를 흔들어 교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헐 .... ?????

이럴수가 ?

암컷을 올라탄 숫놈위로 또다시 수컷 두마리가 차례로 올라타고

수컷 오리의 뒤퉁수를 차례로 물고 요동을 치는 것이다.

지켜보는 내내 이러한 이상한 집단교미는 계속된다.

 

이것을 동물학자들이 얘기하는 "사회성의 진화"로 보아야 할까 ?

자신들의 유전자 보존을 위한 수컷들의 이기주의

다시말해 대부분의 조류들이 암수 한쌍이 짝을 이루어 다니는데

홍제천처럼 집단으로 몰려있을 경우

자신들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형제 또는 사촌오리들이 합세하여 짝짓기를 돕는다는 놀라운 사실

  원생동물로부터 곤충, 조류, 포유동물에 이르기 까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입증된 "유전자 이기주의"라는 이론으로 본다면

잔인하다기 보다는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청둥오리의 노력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교미를 끝낸 수컷은 요란한 날개짓으로 암컷에게 체력을 과시하고

또다른 수컷들에게 경고의 몸짓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도 계속되는 수컷들의 잔인한 집단린치

청둥오리는 짯짓기가 끝나면 암컷을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수컷들끼리 어울려 암컷을 집단으로 못살게 굴기도하고

때로는 바람핀 암컷을 쫓아가 철저하게 응징하기도 한단다.

그러나 하류쪽에서 만난 청둥오리의 개체는

하천의 유량이 풍부함에도 대부분 두마리가 짝지어 다니거나

여러 무리가 한데 있어도 상류에서와 같은 잔인한 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홍연교와 홍연제2교 사이의 홍제천

비교적 하천유량도 풍부하고 잉어와 버들치등 물고기도 제법 보이는 곳

이곳에도 10여마리의 청둥오리가 정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산책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치열하게 반응할뿐

상류와 같은 요란하고 잔인한 짝짓기는 목격되지 않았다.

하천위로 길게 드리운 내부순환도로의 그늘 때문일까 ?

암튼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 있고 늘 함께하는 자연이지만

특별한 관심을 갖고 드려다 볼 기회가 없었지만

취미삼아 카메라를 가까이 하면서

앵글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좀더 깊이 알게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호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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