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순천만의 겨울을 보다.

가루라 2011. 12. 21. 12:36

동생을 보러 광양가는 길

자투리 시간을 내어 순천만을 찾다.

앞으로 아흔아홉번을 더 찾기 전에는 순천만을 보았다하지 마라는데

이제 처음 그것도 한겨울 해질녁에 찾아보고

순천만을 보았다라고는 못하겠다.

그저 어느 겨울날 늦은 오후 해걸음에 순천만이 거기 있었다 말할 뿐

자연생태관 앞 잔디밭에 해그림자가 길게 누운 늦은 시각

서둘러 둘러보기에 나선다.  

흑두루미와 기러기 등 겨울철새 소리가 벼를 베어낸 텅빈 들판을 채우고 있다.

아쉽다. 18~135mm 줌의 한계

눈두렁에 선 갈대조차 추위를 타는듯 고개를 모로 틀었다.

옥빛 하늘과 노란 갈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연생태공원의 소류지와 습지

북쪽 수로를 따라 넓게 형성된 갈대숲도 끝없이 이어지고

남쪽 바다로 흘러드는 수로를 따라 형성된 넓은 갈대 평원

그 넓이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늦은 오후 햇살에 노랗게 물든 갈대가 포근해 보임에도

수면을 차고 오르는 겨울바람은

코 끝은 물론 볼까지도 얼게 할 정도로 춥다.

 

이곳 나루에서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나갈 수도 있단다.

마지막 배가 출발하지만 용산전망대에서 석양을 잡기 위해

탑승을 포기하다.  

습지에 자라는 건 갈대고 산지에 자라는 것은 억새라는데

억새와 달리 갈대의 이삭은 더 크고 촘촘하다.

어린시절 할아버지는 갈대 이삭을 뽑아 방빗자루를 엮으시곤하셨다.

나일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갈대로 만든 방빗자루를 장터에서 사고 팔곤했었다.

갈대 이삭으로 만든 빗자루는 촉감도 매끄럽고 부드러워서

방바닥의 먼지를 쓸어 내기에도 좋았었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푹신한 질감을 주는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지는데

나루터에서 일몰을 보기좋은 용산전망대까지는 40분이 소요된단다. 

 하늘은 어느새 노을빛이 가득하고

철새들조차 길을 재촉하는데

 용산전망대에 이르기도전에 해가 떨어질듯 맘이 조급해 진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석양속으로 더 빠른 걸음을 재촉해 본다. 

마침내 도착한 1차 촬영 포인트

비록 나즈막한 구릉이지만 한달음에 뛰어 올라

가쁜 숨으로 앵글을 잡아 본다. 

노랗게 잘 구워진 팬케익같던 전형적인 갈대밭은

벌써 어둠에 감춰지고

용산전망대에 이르기전 두번째 포인트에서 또 몇컷 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마침내 용산전망대에 도착

해는 이미 서산 너머로 살아지고 없다.

갯벌을 엷게 덮는 붉은 노을

둥그렇게 잘 익은 팬케익같은 갈대밭을 제대로 담는 꿈은

앞으로 아흔아홉번을 더 와야 이룰 수 있지 싶다.

만입구 장도쪽 방향을 원경으로 잡아 본다.

다도해라는 남해답게 섬들이 겹겹히 둘러서있다.

갯벌에 부는 겨울바람을 외로이 견디고 있는 조그만 섬을 줌으로 당겨본다.

장도의 섬들이 섶다리처럼 울퉁불퉁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위의 다리를 어찌 저리 놓았을까  

 어둠 속에서 장노출로 갈대의 질감을 살려 보려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햇빛받은 짱한 느낌을 살릴 수가 없다.

아쉽다.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용산전망대에서 칼바람과 어둠에 쫓겨 바로 되돌아 나오는길

자연생태공원쪽을 장노출로 담아 본다.

아스라히 멀어 보이는 추운 겨울길을 돌아나가려니 아득하다.

돌아 나오는 길 마지막 화장실 주변을 장노출로 담는다.

갈대밭과 너무도 잘 어울려

엉클톰스 캐빈을 상상하는 것처럼 멋진 그림이 되었다.  

 본류로 흘러드는 갈대 사이의 지류가 석양빛에 보아뱀처럼 꿈틀대는 것 같다.

 다시 선착장으로 되돌아와

나루터를 덮은 어둠을 장노출로 걷어내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마지막 샷을 날려 본다.

너무 늦게도착한 아쉬움으로 첫번째 탐방의 느낌을 잡았으니

앞으로 아흔 아홉번을 더 찾아

그 때 그 때 다른 모습의 순천만을 만나보자.

 

<입구에서 담은 갈대밭 파노라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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