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김일체육관 개관

가루라 2011. 12. 26. 11:26

거금대교가 개통되던 2011년 12월 17일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김일선수 고향에

전설의 박치기왕 프로레슬러 김일을 기념하는 김일체육관이 개관했답니다.

 

60~70년대 헝그리정신이 충만했던 그 시절

레슬링 경기는 전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인기있는 스포츠였습니다.

흑백텔레비젼이 보금된 60년대 후반부터

김일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두가 TV 앞에 둘러 앉았습니다.

집에 TV가 없는 아이들은 학교로 또는 잘사는 친구집으로 가고

TV는 다함께 모여 보는 것쯤으로 다들 인식할만큼

TV보러 오는 걸 에둘러 막지도 않았습니다.

 

상대선수가 팬티속에 숨겨둔 흉기를 이용하거나 링사이드의 철제의자를 집어들어

김일 선수의 이마에 상처를 내는 장면에서는

바로 눈앞에 벌어지는 일처럼 눈에 핏발을 세우고

심판 똑바로 보라, 반칙하는 상대선수 때려 죽여라

전국민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곤 했었네요.

그러다가 김일 선수가 상대선수 특히 일본선수 이마에

전매특허인 박치기를 정통으로 한방 꽝 날리면

상대선수 비틀비틀

뒷덜미를 거머쥐고 상체를 제치며 한쪽 다리를 들어 관중들이 박치기를 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자세로

상대선수와 일정한 거리와 시간을 두고 재차 한방 또 한방 더 날리면

아오키 다운, 레퍼리 원 투 쓰리....

매트 위에 큰대자로 뻗어 일어나지 못하는 상대선수

숨 넘어가듯 급박한 어조의 아나운서 중계 

 

마치 자신이 힘든 삶에서 빠져 나온 것처럼 환호하고 열광하고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레스링경기에서 충전하곤 했었네요.

 

그렇게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의 활기를 주던

레슬링경기가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승패가 짜여진 각본이다, 쇼다하면서 외면되기 시작했고

아마도 그게 우리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시기가 되면서

그리된게 아닌가 싶네요.

 

누구보다 정직한 경기, 반칙이 없는 승부를 일궈내던 김일선수의 이미지도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반칙과 변칙으로 부를 쌓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둘 보이면서

레슬링 경기과정이 아니라 승부의 결과 자체를 이미 결정해 놓고

관중을 우롱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라 분노하고 외면하게 된게지요.

 

암튼 우리 국민에게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줄 영웅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만들었던 영웅을

우리 스스로 끌어 내린 꼴이 되었네요.

 

그 자리를 대체하며 70~80년대를 풍미했던 복싱경기조차

철저히 외면 받는 요즈음 세태를 보면

작가 최인호님의 말처럼 사각링안에 가두어 놓고 서로 때리고 쓰러뜨리며

누가 두발로 가장 오래 견디는지를 견주는 가장 원시적인 경기는 갔네요.

대신에  그 자리는 도구를 사용하는 야구, 축구, 골프 등

프롤레타리아경기로 채워지고

영웅도 한가지 특성이 아닌 여러가지 이미지가 투영된 많은 영웅들

쉬 싫증내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오래가지 않는 영웅들을 양산해내는

경박단소주의(輕薄短小主義) 영웅시대라고나 할까요.

 

<김일체육관 전경입니다>

<생가터에 세워진 운암 김일선생 공적비>

<WWA 23대 세계챔피언 기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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