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호접란-만원으로 산 봄-

가루라 2014. 3. 11. 00:16

단돈 만원으로 사들인 봄

글쎄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하도 불공평해서 만원의 가치가 각자에게 서로 다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보편적 가치기준으로 만원으로 산 봄의 행복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이 글을 씁니다.

 

동네 표구점에서 호접란 세포기를 샀습니다.

전에도 제 포스팅 글에서 몇번 그 표구점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화원을 하는 자녀를 돕기 위해 표구점의 노부부가 종종 꽃을 파는 집입니다.

동네 표구점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후덕해보이는 노부부와 눈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지만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놓인 호접란을 보고

집사람은 가격만 물어보고 왔다고 하기에 득달같이 가서 세포기를 샀습니다.

은퇴하여 뒷전으로 밀려나기 전만해도 해마다 봄가을이면 한두번은 꽃시장을 기웃거리고

화사한 계절꽃을 사다가 마당과 대문 여기저기에 봄꽃을 장식하면

왠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무거운 철문을 밀고 행복이 들어오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렇게 5~6년전에 사서 키우던 호접란이 매년 이맘 때면 집안에서 꽃을 피웠었었죠.

올 겨울은 눈도 그리 많이 내리지 않고 예년만큼 춥지도 않아서 난방비도 줄일겸 보일러 켜는 시간을 줄여서인지

이제서야 간신히 꽃대를 키우고만 있을만큼 집안이 춥게만 느껴집니다.

가뜩이나 창이 많아서 추운 단독주택이라 창가에 꽃이라도 놓아두면

심리적으로 봄이 온 것처럼 따뜻해질 것 같아서 집사람의 말을 듣자마자 사온 것이죠.

위 사진에 보듯 창가가 확실하게 달라졌죠?

단돈 만원으로 아직도 남쪽에서 뭉그적거리며 늦장을 피우는 봄을 사왔으니 말입니다.

색깔도 노랑, 빨강, 연분홍 세가지를 섞어 놓으니 따뜻한 느낌에 화려함도 한층 더하는 것 같습니다.

호접란(胡蝶蘭)은 난초목 난초과의 식물로 속명은 팔레놉시스(Phalaenopsis)랍니다.

어원은 나방이라는 팔라이나(Phalaina)와 날으는 모양이라는 뜻의 옵시스(opsis)라는 그리스어의 합성어라는데

꽃의 모양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으는 대형나방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특이하게도 꽃가루가 떨어지는 꽃술도 없어서

꽃가루 알러지 위험도 없을 것 같아서 실내에 키우기도 적합하고

 나비의 큰 날개 같은 두장의 꽃잎과 세개의 꽃받침이 한데 어울려

마치 하나의 화관처럼 아름답게 보입니다.

화려한 표범 무늬의 한개의 설판과 맘모스 상아 같은 모양의 두갈래 암술머리 등

특이한 구조도 오래도록 시선을 묶어둡니다.   

 호주, 태평양 팔라완섬, 필리핀 민다나오섬,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대만 등

남동아시아지방에서 히말라야산맥에 이르는 열대아시아 원산 식물로

전세계에 약 60여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보통 두세달 동안이나 꽃을 볼 수 있고

부드럽고 우아한 꽃의 선이나 넓고 후덕한 이파리로 인해

편안하고 여성적 느낌이 강한만큼 관화적 가치도 무척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하이브리드종이 생산될 정도로 인기있는 식물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난중의 하나랍니다.

말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꽃말이 "행복이 날아온다" 또는 "애정의 표시"랍니다.

단돈 만원으로 봄을 사왔더니 꽃말처럼 정말 행복이 날아 왔나 봅니다.

올 봄 작은 돈으로 집안에 봄을 사들여 놓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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