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수선화

가루라 2014. 3. 24. 00:37

어머님을 뵈러 내려갔던 길

빈집으로 남아 다 쓰러져 가는 고향집 화단에서

이제 막 꽃봉오리가 올라 오려는 수선화를 캐왔습니다.

몇해전에도 몇포기를 옮겨다 울집 마당에 심은 적이 있지만

마당의 흙이 메마른 마사토라서인지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비록 주인도 없이 비어있는 집이지만

아버님께서 기르시던 식물만이 무럭무럭 자라

주인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어서 더욱더 서글픕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自己愛), 자기주의랍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나르시소스

호수가의 약간 습한 땅을 좋아하는 수선화가 호수에 비춰져

물결에 춤추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신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수선화의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데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worth)는

미풍에 춤추는 수선화의 기쁨을 반짝이는 물결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찬양했었네요.

학창시절 즐겨 들었던 가수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는

저택도 땅한평도 바스락거리는 지폐 한장도 없지만

이른 아침 햇살에 키스와 함께 황금빛 수선화 일곰송이를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고 싶다고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살아 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일이고

수선화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이라고

수선화와 외로움을 연결짓습니다.

 

아름다움과 외로움 

많은 시와 노래와 소설 속에 자주 차용되는 수선화의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제게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군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던 수선화를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보려 합니다.

 수선화는 내한성이 강해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노지에 그냥 두어도

이듬해에 훌륭한 꽃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러나 중부이북에서는 잎이 진 6월 하순에 구근을 캐내어

그늘에 말렸다가 11월에 상부를 3~4센티 깊이로 다시 심어주면

이듬에 꽃을 보기가 더 좋다네요.

수선화에 덧씌워진 회상을 만나기위해 이 정도의 수고는 큰 대가가 아니겠죠?     

 

 

<수선화>

외떡잎식물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원산지 : 지중해연안

분포지 : 유럽 지중해, 중국, 일본, 아프리카

꽃   말 : 신비, 자존심, 고결, 자기주의

이   명 : 설중화, 수선

효   용 : 생즙을 갈아 부스럼 치료에 쓰고 꽃은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하는데 쓴다.

           비늘줄기는 거담, 백일해 등에 약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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