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얼레지키우기

가루라 2014. 4. 2. 01:13

마당에서 5년만에 처음으로 꽃을 피운 얼레지

5년전 감나무 아래 반그늘에 땅을 20~30센티 깊이로 파서 상토와 일반 흙을 버무려 되메우고

구해온 모종 1포기는 심고 그 옆에 뿌린 종자 위로 흙을 5센티 정도 두께로 덮었습니다.

싹이 몇개 난 후에는 마사토땅이라 매년 가을 상토와 퇴비를 섞어 윗거름을 뿌려주었더니 

뒤늦게 발아한 것들은 여전히 형태만 이파리로 보일만큼 작지만

작년에 외쪽잎으로 나온 것들 중 몇개가 제법 큰 모양으로 컸었습니다.

마침내 올해 그 중 한포기에 이파리가 두쪽이 붙어나더니

그 사이를 뚫고 연분홍 꽃대를 오로시 올립니다.

드디어 숲속의 여왕 얼레지 한촉이 꽃을 피웠습네요.

숲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얼레지를 우리집 마당에서 꽃피울 수 있었다니! 

 

<얼레지(영명 : Dog Tooth Violet)>

외떡잎식물 백합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학   명 : 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서식지 : 높은 산 숲속 볕이 잘드는 곳

개화기 : 4월

이   명 : 가재무릇, 얼러주(영월), 어사초(정선)

꽃   말 : 질투, 바람난 여인

효   용 : 어린 잎은 나물로 먹고 땅속 비늘줄기를 약용한다.

           비늘줄기에는 스테로이드사포닌, 콜히친 등의 성분이 있어 전분으로 만들어 자양강장, 건위, 진토, 지사, 위장염에 처방하였다.

백합과의 내한성 여러해살이풀인 얼레지는

북미 동서부, 유럽, 아시아 일부 등 북반구에 약 20~30여종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색깔도 크림색, 노란색, 흰색, 핑크색, 담자색 등으로 다양하지요.

얼레지의 속명인 “Erythronium”은 붉은 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erythros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럽의 얼레지꽃 색깔이 붉은색 계통이어서 그렇게 명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얼레지는 대부분이 담자색입니다.

흰색이 종종 발견되기도 하지만 해외에 서식하는 흰색 얼레지와 같은 종은 아니랍니다.

이름으로 그 특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야생화들의 이름과 달리

다소 생경한 얼레지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요?

 

순 우리말인 얼레지는 단 두 장뿐인 이파리 표면의 암갈색 얼룩이

사람의 몸에 발생하는 피부병의 일종인 어루러기같다고 하여 얼레지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을 반감시키는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니 무척 실망스럽네요.

그런 피부 반점을 보고 얼레리 꼴레리라고 놀린데서 유래했다는 다소 황당한 유래는

차라리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영어문화권에서도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Dog's tooth violet(개이빨제비꽃)이라고 불리우는데

땅속에 묻혀있는 비늘줄기의 모양이 개의 송곳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아무튼 이쪽 저쪽에도 이름만큼은 아름다운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들리는 뉘앙스만큼은 차라리 우리말 얼레지가 훨씬 더 낭만적이네요.

꽃의 색깔이나 모양이 슬픔을 노래하는 음악 엘레지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구요. 

 얼레지는 눈에 보이는 외관상의 아름다움보다도 더 놀라운 물리적 화학적 생존전략을 가진 식물이랍니다.

가냘픈 꽃대에 비해 지나치게 큰꽃은 지면을 향할 수 밖에 없어서

이른 봄 낮은 기온으로 움직임이 아직은 활발하지 못한 곤충들을

화심 가까이에 있는 W자 무늬로 유도하여 꿀샘을 잘 찾아오도록 꽃잎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마치 바람 난 집시 여인이 치맛자락을 훌쩍 들어 올리듯이....

땅속줄기와 열매를 키우는데 온 힘을 쓴 이파리는 5~6월이면 녹아 없어지고

지상에는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린 얼레지의 씨방만 남습니다.

6~7월경 다 익은 씨방이 벌어지고 종자가 지상에 쏟아지면

개미들은 기다렸다는 듯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모든 종자를 물고 땅속 깊숙한 개미굴로 가져갑니다.

얼레지 종자에는 개미가 필요로 하는 말랑말랑한 젤리덩어리처럼 생긴 얼라이오좀(Elaiosome)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스어의 elaion(오일)some(덩어리)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얼라이오좀은

개미의 애벌레를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지방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물질이랍니다.

개미들은 이 얼라이오좀만 떼어 새끼들에게 먹이고는

종자는 개미굴 밑바닥 깊숙한 곳에 있는 일종의 개미굴 쓰레기장에 버립니다.

이 쓰레기장에는 개미굴에 끌려온 곤충들의 사체나 물을 빼먹고 버린 과육 등

얼레지 종자가 싹을 티우고 자라는데 필요한 유기질들이 가득하죠.

 

얼레지는 개미들에게 자신의 몸의 일부를 내어주고 영양이 많은 새 생명의 터전을 얻는 것입니다.

<2013년 봄 얼레지 이파리들>

작년까지 각 한장씩의 이파리만 올린 우리집 얼레지

발아시기가 각각 달랐던지 뒤늦게 발아한 작은 잎은 백원짜리 동전만한 것도 있습니다. 

얼레지 싹과 잎 

얼레지 꽃대 

땅 속에서 발아된 얼레지의 종자는

5~6년동안 지상에 피워 올린 단 한 장의 이파리로 땅속 비늘줄기의 몸집을 키웁니다.

비늘줄기는 해마다 자신의 몸 길이만큼 땅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

보통 지하 20~30센티미터 이상의 깊이까지 들어간다네요.

아마도 녹말덩어리인 비늘줄기를 인간들이 쉽게 뽑을 수 없도록 하기도 하고

인간들에게 이파리를 탈취당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지하의 근경이라도 보호하려는 얼레지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한 장의 잎으로 6~7년 정도 자란 얼레지는

드디어 지상에 두 장의 이파리를 펼치고 꽃대를 올립니다.

두장의 이파리를 만들기까지 무려 6~7년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얼레지의 생태를 알았던지 얼레지를 나물로 채취하던 옛사람들은

두 장의 이파리중 단 한 개만을 떼어냈다고 하네요.

자신의 몸의 일부를 개미들에게 스스럼없이 나누어 줌으로써

보다 많은 개체의 증식을 기대하는 얼레지의 나눔의 삶.

얼레지와 개미의 공생관계에서 인류와 자연간의 미래 공존전략을 발견하고

우리집 마당의 얼레지가 사진처럼 군락을 이룰 날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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