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동자꽃

가루라 2014. 7. 16. 00:14

울집 마당에 활짝 핀 동자꽃입니다.

모여 나는 여러 개의 줄기 끝에 각각 한송이씩만 피는 줄 알았지만

짧은 취산꽃차례로 연이어서 꽃이 피는게 참 보기 좋습니다.

 

진한 주황색의 꽃이 붉그스레한 동자승의 얼굴을 닮아 보였는지

동자꽃도 환생에 관한 슬픈 전설이 있네요.

어느 깊은 산골 스님과 동자승 단둘이 살던 암자에 겨울이 닥쳐

월동준비를 위해 산사를 내려갔던 스님이 폭설로 길이 끊겨 돌아오지 못하자

이를 모르고 기다리던 동자승이 얼어 죽어서 환생하였다는 것이죠.

아마도 동자승의 얼굴 같은 꽃의 색깔을 보고 만들어진 전설인지

꽃의 색깔을 보고 지어진 이름에 맞추어 각색된 전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에는 어찌 항상 슬픈 전설이 뒤따라야 하는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항상 슬픈 이면을 감추고 있다는 것일까요?

 

 

<동자꽃>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Lychnis cognata Maxim.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전역(전남북, 경남북, 충북, 경기, 강원, 황해도, 평북, 함남)

서식지 : 산지 반그늘 습기가 많은 곳

꽃   말 : 기다림

이   명 : 전추라, 칠엽전추라

영   명 : Lobate Campion

효   용 : 관상용,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전추라라는 약재로 쓰는데 해열, 발한, 해갈에 효과가 있다.

4년전에 사다 심었던 우단동자는 노지월동이 힘들었던지

이듬해에 죽고 말았습니다.

원예종 화초라 하더라도 외래종의 경우

노지월동에 대한 정보가 정확치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화원 주인의 얘기만 믿고 사다 심었다가

얼려 죽은 화초들이 너무 많아서

요즈음은 토종 야생화를 배양하는 농원에서 야생화를 사서 심고 있습니다.

자생지의 고도 적응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토양이나 기후에 적응된 야생화는

농원에서 배양한 경우 거의 착생에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동자꽃은 산지 반그늘이나 풀밭 약간 습한 곳을 좋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사진으로 담은 화용도 햇빛에 완전히 노출된 것보다는

그늘에서 담은 것이 훨씬 짙고 예쁜 주황색으로 보입니다.

물빠짐이 너무 좋은 마사토에 햇빛도 잘 드는 양지에 심었더니

이파리 끝이 마르는 경향을 보이고

아무래도 꽃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음지에서는 줄기가 웃자라 휘어진다니 담장 밑으로 옮기기는 그렇고

그대로 두고 물을 매일 주거나 꽃이 지고 나면 감나무 밑 반그늘로 옮겨야 할까 봅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자꽃속은

동자꽃, 가는동자꽃, 제비동자꽃, 털동자꽃, 흰털동자꽃 등 5종입니다.

하나같이 관상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

교배종을 개발하여 화초로 적극 보급할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입니다. 

소설 속에도 종종 그렇지만 꽃은 시적 메타포의 전통적 대상이기도 하죠.

김영남 시인은 동자꽃에 꽃말처럼 기다림과 그리움을 실었지만

이 황홀한 유혹의 색깔을 두고 나는 어떤 유혹의 메타포를 덧씌울 수 있을까요? 

5살 길손이가 눈먼 누이와 함께 암자에서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으로 연명하며

폭설로 돌아오지 못하는 스님을 한달반이나 기다리다 극락왕생한다는

줄거리의 정채봉님의 동화 <오세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던 이 동화는

아마도 동자꽃 전설에 바탕을 둔게 아닐까 싶네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제법 많은 꽃을 피웠고

요즈음 채종에 대한 기대로 매일 물을 주고 있습니다.

알알이 영그는 동자꽃 종자를 잘 받아서

우리집 마당에서도 자연 발아를 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무척 큽니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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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싹

동자꽃 꽃봉오리

우단동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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