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털머위에 덮힌 울릉도?

가루라 2015. 10. 30. 14:06

도로변의 숲속, 가정집 마당, 사찰의 축대 그리고 바닷가 절벽 위까지

울릉도가 온통 노란 털머위 꽃에 덮혔습니다.

 

몇년전 화원에서 무늬종 털머위를 사서 키웠었습니다.

해마다 요맘 때쯤이면 국화보다 더 노란빛을 뽐내는

털머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했었죠.

그러나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에 자라는 생육조건 탓인지

작년 개화기에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꽃봉오리채 있더니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포기를 사서 서너포기까지 늘렸었지만

한번에 죽고 말아서 안타까움이 더했지 싶습니다.

 

그 안타까워했던 털머위 꽃을 울릉도에서 질릴 정도로 봅니다.

 

<털머위>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

학   명 : Farfugium japonicum (L.) Kitam.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서식지 : 울릉도, 제주도 등 남해안 섬지방 바닷가 숲속 또는 그늘진 습지

이   명 : 말곰취, 연봉초

효   용 : 관상용, 독성이 있으며 생약명 연봉초, 독각연이라 부른다.

           전초를 약으로 쓰며 청열작용, 활열작용이 있어 해열, 지사, 해독, 소종에 쓴다.

           기관지염, 목이 붓고 아픈데, 임파선염, 설사, 인후염에 약재로 쓴다.

           종기와 타박상에 짓찧어 바르면 효험이 있다

해국과 함께 이즈음 울릉도 해변의 대표적인 관화식물인가 봅니다.

남해안 몇군데를 다녔지만 대부분 여름 휴가시즌에 돌아보아서

이렇게 군락을 이루고 핀 노란 털머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절벽 틈은 물론 숲 속, 도로변, 가정집 마당까지

마치 육지에서 이 때쯤 흔하게 볼 수 있는 산국처럼

흔하디 흔한 친숙한 꽃입니다.

화분에 심어 기르던 우리집의 무늬종 털머위는

돈을 주고 화원에서 사다 심었기 때문에

사다 심은 화초로 보고 돌보았지만

울릉도 여기저기에서 자라는 자연산 털머위는

그저 흔한 잡초 중 하나처럼 사람들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아무하고나 서로 이웃하며 자랍니다.

이파리 모양이나 크기를 보면 머위랑 거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꽃대가 길지 않은 머위의 꽃은 산형꽃차례로 지면에 바짝 붙어 피는데

꽃이삭이 마치 길쌈할 때 쓰는 솔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꽃이나 줄기를 산채로 먹고 여린 잎은 쌈이나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을 보기 좋은 털머위는 독성이 있어서 나물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보기좋은 떡은 먹기 좋아도

보기좋은 꽃은 바라보기만 할 뿐 먹어서는 안되나 봅니다.

사실 털머위를 처음 샀을 때는

마당에서 월동도 하고 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는 만큼

서울 노지에서 겨울을 날 수 있을줄 알았었죠.

여름에 실한 이파리를 보일만큼 잘 자라는 것을 보고

화분에 심었던 것조차 마당에 심을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봄 마당에서 잘 자라던 털머위는 겨울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결국 화분에 심어 놓은 것만 실내에서 월동에 성공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두해, 세번째해가 지나자

외부 온도로 인해 개화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더니

결국 화분에 심었던 것도 죽고 말았던 것이지요.

마당에서 이렇게 꽃피우는 것을 상상했었는데 말입니다.

원예종 화초나 야생화나

서울에서 노지월동을 한다는 것은

말없는 식물에게도 괴롭고 힘든 일인가 봅니다.

울릉도에 지천으로 핀 털머위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제자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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