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선자령 눈꽃산행

가루라 2017. 3. 10. 00:15

겨울철 산행의 백미는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온 몸으로 피워내는 하얀 눈꽃을 즐기는

눈꽃산행이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추천하는 "국내 눈꽃산행지 17선"은

남녀노소, 전문 산악인이든 아니든 즐겨 찾는 겨울산행지로 꼽힙니다.

그 중 제일로 꼽는 백두대간 선자령 눈꽃산행.

아쉽게도 올해는 눈이 없는 눈꽃산행이 되고 말았지만

눈꽃 대신 얼음이 얼어붙어 만들어진 빙고대를 즐기는 선자령 산행이었습니다.

선자령(仙子嶺)은

해발고도 1,157m로 낮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840m 높이에 있는 대관령휴게소에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게다가 정겨운 언덕 같은 인근의 삼양목장과

풍차같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보여주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비교적 편안한 걸음으로 완만한 구릉지를 오르며 즐길 수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대관령마을휴게소 

선자령등산 나들목 


선자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평창면, 도암면 횡계리의 삼정평 사이의 고개입니다.

백두대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분수계인 것이지요.

서쪽은 밋밋한 능선이지만 동쪽은 급경사로 한반도의 척추를 살짝 드려다 볼 수 있습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선자령 고개에 머물지만

골짜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즐겼다고 해서 그리 불렀다는

선자령 골짜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대관령마을휴게소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대관령 국사성황당 표지석 좌측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선자령 등산코스 초입은 넓게 잘 다져진 평탄한 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편안해 보여도 자연이 숨기고 있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곳이지요.

겨울철 선자령은 바람과 눈보라가 심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몇년 전 눈보라 속에서 일행과 떨어진 노부부가 길을 잃고 동사한 적도 있으니 말입니다.

소교목숲 길 

소교목숲 길 

잘 닦여진 평탄한 길에서 소교목 숲으로 접어듭니다.

온 산에 눈이 가득하고 인적이 눈 속에 파묻히면 길을 찾기가 힘들만큼

키 작은 교목들이 빽빽합니다.

이 숲이 끝나면 키 작은 관목숲이 나타납니다.

고도별 환경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나는 식생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곧 이어 나타나는 개활지 같은 능선

낮은 관목 숲 너머로

대관령 삼양목장에 늘어 선 풍력발전기들이 한눈에 들기 시작합니다. 

푸르른 하늘에 유난히 비행운이 많이 찍히던 날.

이 또한 우리나라의 비행항로 상에 자리한 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늘 모습입니다.

선자령 능선길은 넓은 시계와 함께 시골 논두렁길을 걷듯 편안합니다.

이 정도의 고도에서부터 나무가지에 얼어 붙은 투명한 얼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너편 삼양목장의 초지에는 녹지 않은 하얀 잔설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이 지점이 1,000미터 고도를 넘어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양지쪽은 눈이 전혀 없고 북쪽 산사면의 눈만 남아 있습니다.

이쯤되면 선자령의 명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산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선자령길

멀리 보이는 고루포기산

그러나 1,000m 고지를 통과하면서 부터

얼음꽃이 핀 환상적인 나무들이 등산객들을 반깁니다.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처럼 엘사의 손끝을 따라

가지는 온통 유리알처럼 투명한 얼음으로 덮혔고

줄기는 간유리 같은 반투명 얼음이 선자령 아랫쪽 방향으로 두껍게 붙었습니다.

그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방향에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신비로운 모습에 발을 떼지 못합니다.

그 얼음은 초지로 조성된 바닥에도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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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 맺힌 얼음

고랑에 달린 얼음

나뭇가지의 얼음

평탄한 언덕을 형성하고 있는 초지도 온통 얼음꽃으로 덮혀 있습니다.

잔디의 이파리를 둘러싸고 지상에 직립으로 또는 45도 각도로 선 얼음꽃들

아마도 이런 형상은 선자령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나무 전체를 하얗게 감싸고 있는 얼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등산객은 이를 빙고대라고 말합니다.

상(霜)고대는 사전에 그 의미가 정확히 실려 있으나

설고대, 빙고대는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형상을 구분하기 위해 등산객들이 부르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음의 형태로 보아 눈이 얼어 만들어진 것은 분명 아니고

서리나 수증기가 순간적으로 얼어서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두껍게 얼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의 수증기나 서리가 모여야 할까요!

동쪽으로 보이는 강릉시내 모습

시야를 제한하는 겨울철 스모그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짙게 깔린 스모그로 인해 선명하지는 않지만

경포호수와 해변에 포말지는 파도도 보일 정도로 가까이 보입니다.

동해를 등지고 누워 있는 형상인 한반도

그 척추의 끝단에 서있는듯 합니다.

역시 풍력발전기를 빼고는 선자령을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선자령 풍력발전기

선자령풍력발전기

마침내 백두대간 선자령이라 씌여진 선자령 표지석이 보입니다.

해발고도 1,157m

천미터가 넘는 곳임에도 그 높이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광장 같은 개활지에 우뚝 선 선자령 정상 표지석

다들 인증샷을 위한 순번대기로 정면 샷을 담기가 무척 힘드네요.

간신히 한 컷을 담고 자리를 양보합니다.

친구들과 선자령 표지석에서

선자령표지석 후면

선자령 정상을 찍고 계곡쪽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선자령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길은 대관령하늘목장 사유지와 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 언덕을 넘으려면 별도로 입장권을 사야 되나 봅니다.

그냥 계곡을 따라 내려가던 길에

아주 육감적인 여인의 뒷테를 보이는 버드나무 노거수를 만났습니다.

선녀가 선자령계곡에서 목욕하고 승천하려다 못하고

그대로 나무로 굳어버린 게 아닐까요?

선자령 깃들이골 계곡의 수림대는 다양해 보입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낙엽송, 자작나무 등 키 큰 교목들로 조성된 숲

제멋대로 자란 낙엽활엽수림대 그리고 상록침엽수림대 등

현재도 조림지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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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

혼성림

낙엽송 수림대

깊지 않은 계곡

어디를 보아도 선녀가 목욕할만한 깊은 소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마르지 않는 계곡물만이

먼 먼 옛날에 이 계곡에 수량이 풍부했다는 것을 말해주는듯 합니다. 

계속되는 낙엽수림대가 조금씩 지겨워질 즈음

신선한 느낌을 주는 상록침엽수림대가 나타납니다. 

송림대

송림대

대관령목장의 초지

선자령의 상징처럼 포근한 느낌을 각인시켜 놓을 대관령목장 초지와 다시 만나면

선자령산행의 출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앞이 안보이게 눈보라가 치는 겨울이면

왠지 선자령에 서고 싶다.

신선처럼 도포자락 표표히 날리며

온 몸으로 눈발을 맞고 싶다


겨울철 선자령의 영상을 보며 가졌던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날을 택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저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내년 겨울 선자령이 다시 기다려지는가 봅니다.

<선자령 산행 괘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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