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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맛 곰치국

가루라 2018. 6. 28. 02:04

7년전 전 직장 입사동기들과 강원도 여행 중

속초 한화리조트설악에서 하룻밤을 지냈었습니다.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 해장으로 먹었던 곰치국.

난생 처음 먹었던 그 곰치국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 맛을 지금까지 잊지 못했었지요.

속초에 가면 필히 곰치국을 먹어줘야 한다고

정작 그 동안 갈 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말로는 집사람에게도 몇번을 다짐했었던지...

딸네 식구들과의 속초 여행길에

소원이던 곰치국을 마침내 7년만에

저녁과 이튿날 아침까지 내리 두 끼를 먹었습니다.

7년전에 갔었던 곳은 황부자곰치국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위가 순자집곰치국전문집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예전에 고객과 같이 왔었는데 가자미구이랑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지요.

원래 육식을 좋아하고 생선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사위인데도

가자미구이백반을 그렇게 칭찬을 하니

7년 전에 가봤던 집은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고

순자집곰치국으로 향했습니다. 

홀 벽과 뒷방은 이 식당을 찾았던 사람들의 메모가 사인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마치 상여가 나가는 길에 만장 갯수가 돌아가신 분의 위세를 말해주듯

유명인, 무명인 할 것 없이 이 많은 사람들이 소감을 남길 정도니

그 얼마나 맛있으랴 호언하는듯 하네요.

순자집 홀의 방명록

순자집 넓은 뒷방의 방명록

아, 그런데 왜 7년 전의 그 맛이 긴가민가할까요?

맛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먹었던 국물은

더 걸쭉하고

온통 하얀 고깃살로 가득했었던 것만 같습니다.

먹고 나와서 보니

바로 옆집이 황부자곰치국이네요.

다음날 아침 황부자곰치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 역시 옛맛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아니 제 자신의 옛기억이 헝클어진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박 3일의 여정에 지친 몸

그것도 숙소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비까지 내리는 이른 아침에 먹는 얼큰한 곰치국 국물이

무엇으로 끓였던 것인들 맛있지 않았겠습니까?

황부자곰치국

황부자곰치국

옛 기억의 환상 탓이었는지

자꾸 이 맛이 아니었는데만 되뇌이는 나를 보고

집 사람은 얘기합니다.

음식점의 맛은 기분이 플러스되어야 한다나요.

그래도 속초에 다시 가면 곰치국은 다시 찾을 것 같습니다.

7년 전의 기억의 맛을 되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