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아난티CC에서

가루라 2019. 11. 2. 02:11

퇴임 후 골프를 완전히 접다시피 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야 접대다 뭐다해서

한달이면 거의 대여섯번을 나갔었지만

그럴 필요성이 없어진 퇴임이라는 상황 앞에

골프는 제게 그리 매력적인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77이라는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고

이글도 몇번씩 해서 재미를 느끼기고 했지만

돈도 돈이지고 투입되는 시간 대비 효율로 따지면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그 사이 일년에 한두번 필드에 나갔을까 말까 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고교동창 친구들과 아난티CC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반 대항전에 끌려 가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과거의 가락이 있지

어느 정도는 맞추어 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첫홀 티샷이 잘 맞았을 때까지도...

그러나 그것이 과욕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운동은 정직한 것,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는 것임을.

그래도 짙어가는 가을,

곱게 물든 필드 주변 산의 아름다움은

다시 과거의 의욕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 같은 하루였습니다.

볼을 치는 샷보다는

핸펀을 누르는 샷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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