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코로나와 어린 손자들

가루라 2020. 3. 12. 00:50

나이가 들면 어린 손자들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행동을 보면

마치 내가 새로운 세상을 보는듯

자신의 Vitality가 높아져 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구정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이렇게 길게 갈줄 몰랐다.

2, 3주에 한번씩 보던 손자들을 못 본 지가 한달이 넘었으니.

설날 연휴 마지막날 외손자를 데리고

딸네와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본 후부터 시작된 기침감기가

열만 없었지 마치 코로나 증상과 비슷해서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다시피 두문불출한 지 한달여.

만성기침으로 바뀐듯하던 것이 잦아들 무렵

손자들이 매일같이 우리집에 오고 싶다고 화상전화다.

본의아니게 사회적거리두기가 되어버린 일상에서

지난 주말부터 벗어나니 다시 살것 같다.

유치원에도 가지 못하고 종일 엄마랑만 놀다보니

일요일날 다녀간 손자는 오늘 또 할아버지 할머니집에 가고 싶다.

저희 집에 오시면 안되냐 성화다.

5개월 터울 밖에 안되는 외손자도

저 엄마를 윽박지르다시피해서 내일 오겠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이럴 땐 한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을 도와주는 사람까지 합해 17명이 한집에서 살았던 내 어린시절.

어머니의 육아는 고모나 삼촌들이 대신해주셨으니

요즈음 엄마들처럼 육아의 고통은 덜했을 것이다.

대신 많은 식구들의 식사준비와 빨래, 농삿일, 새참 등이

또 다른 고통으로 어머님을 일찍부터 골병들게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우리 아이들 키울 때까지도

아버지들의 역할은 그저 밖에서 돈 벌어 오는 것으로 국한했으니

요즈음 방송을 보면 왜 그렇게 살았는지 싶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부모되기 교육이나 훈련이 있다면

요즈음 젊은 부부들의 갈등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이야 생각은 그래도 아이들은 안다.

누가 더 지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그래서 손자는 페이스톡으로 "할머니 우리집에 언제 오세요?"하고 묻지

할아버지 우리집에 언제 오세요 하고 묻지는 않는다.

 

설날 세배를 하고 나서는 다섯살 손자가 하는 말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나면) 용돈을 주지 않았어요?"

 

며느리 당황해서 하는 말

"며칠 전에 어린이집에서 노인정에 세배를 갔었는데

거기서 세배를 받고 할머니들께서 세뱃돈을 주셨다나 봐요."

 

그래 설사 너희가 그렇게 시켰더라도 시킨대로 한다는 것도 기특했을텐데

이걸 같은 상황으로 놓고 본다는 것이 아이다운 발상이구나.

그러니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손주들을 귀여워하실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