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動物世上

애완용토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가루라 2020. 5. 15. 01:10

옥천암 옆 몇년전에 새로 만든 북한산자락길 데크를 따라 걷다가

산길로 탕춘대 능선을 오르던 길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동물의 갑작스런 등장에 가슴이 심쿵해졌다.

애완용토끼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윤기 있는 하얀 바탕에 까만 무늬가 있는 살찐 토끼 한마리.

집에 와서 자료를 찾아 보니

애완용 토끼 달마시안 렉스(Dalmatian Rex Rabbit)종이다.

이 토끼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있는 종이란다.

몸에 착색된 반점이나 패치가

검정색, 파란색, 갈색, 주황색 등이 있지만

귀와 눈주변은 항상 검정색이다.

다른 종의 토끼에 비해 얼굴이 비교적 큰 중형토끼로

다 자란 성체의 무게는 3.4~4.8kg이나 된다.

크기로 보아 다 자란 성체다.

윤기 흐를만큼 깨끗하게 관리된 털의 상태로 보아

깨끗한 집에서 이제 막 꺼내 놓은듯 싶다.

게다가 아무리 크기가 고양이만한 토끼라해도

공격적인 길냥이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탕춘대능선에서

고양이들의 공격으로부터 단 하루도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피할 생각이 없이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인간이 자존심이 있지

철저히 무시당하는 기분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큰 눈만 동그랗게 뜨고 흘겨 볼뿐

여전히 입을 오물거리고만 있다.

옛날 같았으면 넌 내 밥이다.

7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이른 봄이면 학교에서 토끼몰이를 가곤했었다.

그것도 전교생이 선생님들과 함께 말이다.

앞다리가 짧은 토끼가 산 위로 도망치는 건 잡을 수 없지만

구르다시피 산아래 내리막길로 도망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은 산 정상쪽에서 소리를 지르며 산아래로 몰아가면

산 밑에 있던 선생님들이 그물이나 몽둥이로 토끼를 잡곤했다.

기름진 먹거리가 그닥 풍요롭지 않았던 시절이라

집집마다 토끼 몇마리는 키우기도 했었다.

키우던 토끼를 잡아 토끼탕을 끓여 먹기도 하고

털은 조끼를 만들거나 모자를 만드는데 썼다.

당시에 탕으로 유명한 영아당이라는 식당이 광주 충장로에 있었는데

팔고 있는 탕 요리만해도 스무가지가 넘었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몇년 되지 않은 80년대 초 어느 토요일

계동사옥에서 점심 때 퇴근해서

입맛에 맞을만한 식당을 찾아 종로3가에서 신설동까지 걸은 적이 있었다.

간판만 보고 맛을 가늠해보고 들어갈지 말지를 판단하다 보니

너무 많이 걸었다 싶은 그 때.

신설동 어디께서 토끼탕이 메뉴로 걸린 식당이 눈에 띠었다.

고향에서 먹었던 토끼탕 생각에 들어갔다가

노린내 때문에 몇숟가락 뜨다말고 그냥 나와버렸던 기억.

그 후론 두번 다시 토끼탕을 먹을 일이 없었다.

옛날 같았으면 당장 잡아다 토끼탕이나 끓여 먹었을 토끼.

누가 애완용 토끼를 산에 풀어 놓은 것인지?

토끼의 왕성한 번식력이나 굴을 파는 습성을 안다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홍제천에 나가보면 비단잉어나 붉은귀거북 등

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들을 자연에 버린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 생태계에 교란을 초래하는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린시절 소 꼴먹이러 다녔던 것처럼

풀 뜯어 먹으라고 누군가 잠깐 거기 놓아두었던 것이기를 바랬지만

혹시 길냥이의 사냥감이 되지나 않을까

귀가해서도 내내 걱정이 되었던 날이었다.

'무위자연 > 動物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어리두줄깡충거미  (0) 2020.07.16
갈색눈깡충거미일까?  (0) 2020.07.09
아무르장지뱀, 장지뱀  (0) 2020.05.05
백사실계곡 산개구리  (0) 2020.04.08
백사실계곡 도룡뇽 알  (0) 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