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철새는 날아가고

가루라 2020. 11. 19. 01:55

우리는 왜

철새는 날아오고가 아니라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쓸까?

요즈음 도심 속에 둥지를 튼

텃새화 된 철새들이 많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던 까마귀조차

도심 속 야산에 텃새로 자리잡고 살고 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철새를 볼 일이 없었는데

임진각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만난 철새떼.

문득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

사이먼 앤 가펀컬의 '철새는 날아가고'가 생각난다.

"El Condor Pasa" -Simon & Garfunkel-

원곡은 1913년 페루의 작곡가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가

18세기에 스페인의 식민지 폭정에 항거하여 농민운동을 일으켰던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를 테마로 작곡한 오페라 "콘도르칸키"의 주제곡이다.

영웅이 죽으면 독수리로 환생한다는 인디오의 전설에 따라

원어 그대로 번역하면 '독수리는 날아가고'지만

우리는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역한다.

날아가고와 날아오고의 어감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화자를 중심으로 멀어지는 것들은

보통 화자를 슬프게 하는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은 곧 이별을 뜻한다.

철새가 돌아 오는 것을

오랜 이별 끝에 만나는 기쁨으로 치환하기도 하지만

그런 표현은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철새가 돌아온 시기.

어린시절의 추억을 찾아 날 잡아서 철새를 만나러 가야겠다.

우리 민요 새타령이나 수궁가에 등장하는 것처럼

새가 날아든다고 흥겹게 맞으러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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