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학자스민 이야기

가루라 2021. 3. 7. 00:13

#학자스민

4년 전 말라죽는다고 이웃이 버리겠다는 것을 데려와서

다시 살려낸 학자스민이 꽃을 피웠다.

노지월동이 안되는 탓에 화분에 심어 키우는데

해마다 이 때쯤이면 꽃을 피운다.

보통 자스민의 향기는 달콤하지만

학자스민은 약간 매콤한 냄새가 가미되어 있어서

이 아이가 꽃을 필 때면

이층 거실이 묘한 냄새로 가득하다.

하얀 꽃봉오리가 마치 학의 머리를 닮았다고

학자스민이라 부르지만

하얗게 활짝 핀 꽃을 보면

어린 시절 보았던

하얀 두루마기를 걸친 할아버지의 춤사위 같다.

덩굴성 식물이라 실내에서 관리하기 쉽게

작년에 강전정을 했더니

위기감을 느꼈는지

올해 꽃이 유난히 많이 달렸다.

식물은 죽음을 감지하면

꽃을 많이 피우거나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한다.

내가 죽기 전에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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