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영화 한 편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좋아하는 연기파 배우 Morgan Freeman(윌리), Michael Caine(조)
그리고 Alan Arkin(앨버트)이 산소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30년을 철강회사에서 일했던 윌리, 조, 앨버트는
퇴직 후 기업연금으로 살아가지만
철강회사의 합병으로 연금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다.
40년을 거래했던 은행에 찾아가
대출을 알아보던 조는
은행으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좌절하던 조는
뜻밖에 은행강도를 만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 장면에 녹아들어가 있다.
은행강도는 '당신은 더 이상 고객을 섬기지 않는
부패 시스템의 피해자군요'라고 말한다.
'돈은 별로 없지만
지갑이라도 가져가게'라고
조가 은행강도에게 말하지만
은행강도는 그 돈은 필요 없다며
노인을 공경하는 게 사회의 도리라고 말한다.
조는 은행강도를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도 안되는 은행강도를 꿈꾼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힘든 노인들의
슈퍼마켓에서의 모의 절도 훈련 장면.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게 코믹으로 버무려 놓는다.
1988년 우리나라 근로자에게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에는 퇴직 직전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주겠다고 했지만
연기금 운용 실패로 적자가 생기자
그것이 60%에서 50%로 줄어들고
작년 10월 기준 20년 이상 연금 불입자의
평균 수급액은 9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에게 기만당했다고 여기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가입 은퇴자들이
이 영화를 보는 기분은 어떨까?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그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내용은
이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비참한 상황에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
딱 자신들이 손해 보는 연금액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단골 식당의 종업원과 노인요양원에 준다는 결말.
'누구나 파이 한 조각을 먹을 자격이 있다.'
요양원에 보낸 돈 박스에 남겨진 메모는
이 영화감독 잭 브래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있어서는 안 될 완전범죄영화지만
어린애처럼 변하는 노인들의 강도행위를
범죄라기보다는 코믹한 병정놀이 같은 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희석시켜 희열을 느끼게 한다.
따라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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