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아네모네를 사다

가루라 2021. 3. 27. 17:02

#아네모네

'배신 또는 속절없는 사랑'이라는 꽃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70년대 퀴퀴한 담배 냄새에 쩌든

음악다방 이름이 아네모네이었어서 그랬을까?

화초를 사러 화원에 갈 때마다

'나를 사세요' 하고 환한 얼굴로 유혹하던 아네모네.

그냥 쳐다만 보았지

지금까지 샀었던 적이 없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대문 밖 골목에 대형 화분을 내어 놓을 생각으로

꽃을 고르려다 보니

아네모네가 눈에 얼른 들어왔다.

크고 화려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거기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설마 버리지는 않겠지?

60~70년대 아네모네 다방의 감성을 지닌

중늙은이에게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젊은이들에게는 화려함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며

꽃을 심었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아네모네는

북반구에 약 90여 종이 서식하고 있고

적색, 백색, 분홍색, 하늘색, 황색, 자주색의 꽃을 피운다.

6월에 잎이 누렇게 변하면

알뿌리를 캐내어 그늘진 곳에서 말렸다가

9~10월에 심으면 다시 꽃을 볼 수 있단다.

구근 하나에서 7~8개의 꽃줄기가 자라고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핀다.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잘 자라니

가을에 알뿌리를 마당에 심어야겠다.

아네모네라는 꽃 이름은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에서 유래했다.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였던 아네모네.

플로라의 남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아네모네와 사랑에 빠지자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머나먼 포모누궁으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제피로스가 누구인가!

바람처럼 날아가 여전히 아네모네와 정을 나누자

화가 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제피로스의 따뜻한 입김과

어루만지는 손길로 꽃을 피우는 그 꽃이

아네모네다.

그래서 꽃말도 '괴로운 사랑'이라나.

이 땅에 자라는 자생종 야생화들도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참 많다.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숲바람꽃 등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들 정도지만

그 많은 바람꽃들이 모두가 봄에 핀다.

봄바람에 일제히 꽃을 피우는 꽃이 좋은지

봄바람이 좋은지 내 마음도 모르겠다.

<아네모네>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한 속

학   명 : Anemone

원산지 : 지중해 연안

효   용 : 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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