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배신 또는 속절없는 사랑'이라는 꽃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70년대 퀴퀴한 담배 냄새에 쩌든
음악다방 이름이 아네모네이었어서 그랬을까?
화초를 사러 화원에 갈 때마다
'나를 사세요' 하고 환한 얼굴로 유혹하던 아네모네.
그냥 쳐다만 보았지
지금까지 샀었던 적이 없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대문 밖 골목에 대형 화분을 내어 놓을 생각으로
꽃을 고르려다 보니
아네모네가 눈에 얼른 들어왔다.
크고 화려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거기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설마 버리지는 않겠지?
60~70년대 아네모네 다방의 감성을 지닌
중늙은이에게는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젊은이들에게는 화려함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며
꽃을 심었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아네모네는
북반구에 약 90여 종이 서식하고 있고
적색, 백색, 분홍색, 하늘색, 황색, 자주색의 꽃을 피운다.
6월에 잎이 누렇게 변하면
알뿌리를 캐내어 그늘진 곳에서 말렸다가
9~10월에 심으면 다시 꽃을 볼 수 있단다.
구근 하나에서 7~8개의 꽃줄기가 자라고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핀다.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잘 자라니
가을에 알뿌리를 마당에 심어야겠다.
아네모네라는 꽃 이름은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에서 유래했다.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였던 아네모네.
플로라의 남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아네모네와 사랑에 빠지자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머나먼 포모누궁으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제피로스가 누구인가!
바람처럼 날아가 여전히 아네모네와 정을 나누자
화가 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제피로스의 따뜻한 입김과
어루만지는 손길로 꽃을 피우는 그 꽃이
아네모네다.
그래서 꽃말도 '괴로운 사랑'이라나.
이 땅에 자라는 자생종 야생화들도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참 많다.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숲바람꽃 등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들 정도지만
그 많은 바람꽃들이 모두가 봄에 핀다.
봄바람에 일제히 꽃을 피우는 꽃이 좋은지
봄바람이 좋은지 내 마음도 모르겠다.
<아네모네>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한 속
학 명 : Anemone
원산지 : 지중해 연안
효 용 : 관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