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구월의 백화등

가루라 2021. 10. 8. 00:33

#백화등

5~6월에 꽃을 피우는 백화등

올해도 5월부터 6월까지 무수히 많은 꽃을 피웠었다.

달콤한 향기가 사라질 무렵

베란다에 내어 놓아 거의 종일을 햇빛 속에 두었었다. 

8월부터 새로운 덩굴줄기들이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더니

줄기 끝과 잎자루 사이에 꽃송이들이 여럿 달렸다.

마치 이모작 하는 벼처럼

봄에 꽃을 피워야할 아이가

가을에 또 꽃을 피우다니

화분에서 키운지 3년 되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유실수는 열매가 많으면 죽기 전의 전조증상이라는데

새로운 줄기가 이렇게 왕성하게 자라는 백화등에서

불길한 죽음의 기운은 전혀 볼 수 없다.

작은 화분에서 분재처럼 작게 키우는 중이라

어차피 새로 자라난 줄기는 전정을 해주어야 하지만

일 년에 두 번씩이나 꽃과 향기를 선물로 주는

새로운 줄기를 잘라내야 하는 것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이다.

앞으로 매년 이렇게 두 번씩 꽃을 피운다면

너야 말로 나의 진정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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