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도의 들판은 봄나물의 보고이다.
곰밤부리나물, 벼룩나물 등이 그것이다.
이 땅에 자라는 이른 봄의 새싹 중
나물로 하지 못하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어린 시절 고향에서 바구니 하나 끼고 봄나물을 캐는
어머니, 할머니, 누나, 고모들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도시인들이야 시장에서 나물거리를 사서
먹어야 했지만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들판이 무료 시장이었던 셈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님을 따라 봄나물을 캐던 아내는
곰밤부리나 벼룩나물을 캐시는 어머님께
이런 불떼기를 어떻게 먹느냐 했었다.
벼룩나물, 곰밤부리를 살짝 데쳐서
된장에 버무려 내어놓은 나물을 먹어보고
와 이렇게 맛있는 나물이 어떻게
들판에 지천이냐 놀라기도 했었다.
곰밤부리는 전라도 지방의 방언이고
국명은 별꽃이다.
꽃모양이 비슷한 쇠별꽃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별꽃
전문가가 아니어도 별꽃은 암술머리가 3갈래이고
쇠별개는 5개인 것만 알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쇠별꽃에 비해 별꽃은 잎도 달걀 모양에 더 가깝고
더 육질형이여서 식감에도 좋다.
5장인 하얀 꽃잎은 깊은 심장형으로 파여서
마치 10장처럼 보인다.
수술은 1~7개로 꽃밥이 처음에는 분홍색이었다가
나중에는 터지면 연노랑으로 바뀐다.
전 세계 어디에나 흔히 자라는 두해살이풀 별꽃
다른 나라에서도 나물로 먹을까?
이른 봄 춘궁기에 땅은 인간에게 먹거리가 될 풀을
누가 종자를 뿌리지도 않는데 스스로 키워낸다.
농작물은 재배와 수확에 시간과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봄나물은 무딘 칼 한 자루와 바구니 하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먹거리를 내어 준다.
그렇다고 들판에서 봄나물을 캐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사람은 특별히 없다.
흔하고 구하기 쉬운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으면서 신에게 마음을 의탁할 수 있을까?
이른 봄에 주는 봄나물에 감사함을 배운다.
벼룩나물은 별꽃보다 꽃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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