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정상에서 얄굳은 놈을 만났습니다.
야성을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지 싶습니다.
텃새로써 벌레나 곤충잡이를 스스로 포기하고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음식 부스러기에
푸르르 몰려 들다 못해
내 손바닥까지 넘보는 녀석이
한편으로 생각하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땅콩부스러기를 잘게 쪼개어
손바닥에 올려 놓고 기다리면
잠깐 새에 손가락 끝에 앉아
진실로 저에게 먹이를 줄려는 것인지 살피는 듯
얼굴 한번 쳐다보고, 먹이 한번 쳐다 보는 양이
마치 밥상머리에 앉아 맨날 야단만 치는
내 눈치를 살피는 아들 놈 같습니다.
일어날 시각, 학교에 갈 시각, 학원에 갈 시각,
숙제할 시각, 잠자리에 들 시각...
부모의 잣대로 온 갖 굴레를 씌워 놓고
지키지 않는다 야단치고
커서 뭐가 될래 호통치다보니
눈치만 쫑하게 늘어버린
아들 놈을 보는 것 같아서
하산 길이 착찹하고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야생조류에게 음식물 주기를
금지하는 표지판을 새우지 않으면
고 녀석이 등산객이 뜸할 올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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