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모스크바

모스크바 지하철역사

가루라 2012. 4. 10. 00:52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193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

역사만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지하철 역사의 미술관 같은 구조와 장식때문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관광객은 굳이 지하철 역을 찾곤한단다.

소문의 실체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난다.

오랜 유럽의 근대 문물의 유산들이 나의 시각적 중추를 만족시키는 만족도는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이국적 감흥을 준다.

그것은 단순히 이국적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실생활 곳곳에 묻어 있는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흔적들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렘린궁과 붉은 광장 그리고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사원들이 고대 그리스 로마와

중세기 이탈리아 등 유럽문화의 동경에 대한 러시아인의 흔적이라면

모스크바 지하철은 구소련시대 러시아의 자부심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어마어마한 깊이와 빠른 속도의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각 지하철 역사마다 장식되어 있는 예술 작품들은

그것이 퇴색된 사회주의 공화국의 흔적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존경받고 보호 받아야 할 문화적 가치를 모두가 인정한단다.

그래서 더욱 맨숭맨숭하고 밋밋한 우리의 지하철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된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지붕위의 불꽃튀는 살벌한 고압전선 대신 우아한 샹드리에 아래를 미끌어지듯 달린다.

지하철 역사 입구의 문

예술적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입구와 출구가 완전히 구분되어

정면으로 어깨를 부딛혀 시비가 발생될 일은 없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12개 노선에 60개의 환승역을 포함 182개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일 수송인원 무려 900만명

출근시각 배차간격 90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와서 놓치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르바트의 거리 스몰렌스까야(Smolenskaya)역 출입구 

게이트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하나 스크린 차단기로 되어 있다.

28루블에 승차권을 구입하여 네군데의 역사를 돌아보고

스몰렌스까야로 다시 나올 계획이다.

첫번째 역에서부터 깊이가 장난이 아닌 에스칼레이터를 만난다.

그러나 이것은 더 깊은 빠르끄 빠베디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모스크바의 모든 지하철역은 승강장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서 타게 되어 있다.

철차 내부의 폭은 우리나라의 지하철보다 좁아서 통로에 2중 3중으로 서있을 수가 없다.

스몰렌스까야역의 플랫품

첫번째 내렸던 역 키에프스까야(Kievskaya)

화려한 벽면 장식과 샹드리에

천장을 장식한 샹델리에와 엔틱한 액자로 포장된 그림들이

여느 미술관을 옮겨 놓은듯하다.

자세히 보면 그림은 볼세비키혁명과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표현하는

섬세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레닌의 군중 연설도란다.

같은 역사였는지 다른 역사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지만

브르조아계급에나 어울릴 화사한 꽃그림으로 장식된 벽면도 있다.

 

환승역의 환승계단들

벽면 기둥 장식도 예사롭지 않다.

여기가 빠르끄 빠베디(Park Pobedi : 승리공원)역이다.

체크무늬의 대리석 바닥장식, 벽면의 곡선과 직선 장식 그리고 컬러

현대적 예술적 감각이 그대로 살려진 역사의 디자인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장노출로 담을 수 있게 삼각대를 가져오지 못한걸 절로 후회하게 한다.

이것이 지하 84m, 에스컬레이터 길이  126m, 에스컬레이터 계단 740개의 최고 깊이의

승리공원역 출구쪽 상행 에스컬레이터다.

승리공원역 천장을 담고 되돌아서 다시 지하철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플루샤차드 레발류치역(Ploshchad Revolyutshi : 혁명광장)이다.

여기는 각종 청동조각상, 볼세비기혁명군, 노동자 등등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스쳐갔는지

조각상중 수탉의 머리부분이나 개의 코부분이 닳아서 황동색 속살을 고스란히 내 보인다.

다시 스몰렌스카야역으로 되돌아 나와 역사의 천정을 장식한 구 소련시대의 별과 낫을 담아 발길을 돌린다.

훗날 또다시 모스크바를 찾게 되면 그리하겠지만

모스크바의 모든 역사를 담는데 하루 이상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볼만한 값어치가 충분한 관광 명소로 추천한다.  

 

자하철 승차권 

사진에 남긴 네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