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홍제천에 눈 내리던 날

가루라 2013. 1. 8. 19:03

함박눈이 펄펄 내리던 날

뭔가에 달뜬 심정으로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비스듬히 내리는 진눈깨비는 날카롭게 부서지는 아픔을 주지만

이렇게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은

가슴 속이 먹먹해지도록 무겁게 쌓입니다.

 

새삼스레 십대 때의 감상이 되살아나는 걸까요.

 

잃어버린 삼십년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려 나가면서부터 잊고 살았던 그 무엇이 있었나 봅니다.

 

 

예순을 문턱에 두고서야

비로소

가슴 밑바닥에 무겁게 쌓이는 함박눈처럼

현실의 무게 아래 깊숙히 짓눌려있던 잃었던 나를 털어내 봅니다.

 

납작하게 짓눌려 평평해져버린 나

 

다시 물을 주고, 영양을 주고

때로는 흔들어도 보고, 그러다가 뒤틀고 털어보기도 하면

그 때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

 

아니 감성을 그 시절도 되돌린들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몸은 이미 낼모래가 갑인데.....

 

켜켜히 쌓인 눈 속에 묻혀있던 감성을 털어내려던 생각은

30여년을 건너 뛰어 허물어져 가는 몸 앞에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 12월의 어느 날 홍제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