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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개미마을의 미래는?

가루라 2014. 4. 6. 16:08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서로 이웃하고 있는 극과 극의 삶터는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예전 서초동, 구룡마을, 장지동 등지의 빈민촌

세간의 차거운 바람을 비닐만으로 갈라 놓은 공간 비닐하우스촌

그나마 그 보다는 조금은 나아 보이는 주택의 뼈대를 제대로 갖춘 집들이 모인

또 다른 삶의 모습 홍제동 개미마을입니다.

대부분의 도심 공간들이 제도판위에 상하좌우로 줄을 긋듯

네모 반듯한 성냥갑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벌집들로 채워질 동안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공간은 우리들 곁에서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든 재개발의 광풍이 비켜 간 곳들은 최신식 아파트라는 괴물과 대비되어

더욱 더 암울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는 도심 속의 두 도시.

인간이 사는 어느 나라를 가든 이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홍제동 아파트촌과 이웃한 개미마을>

인왕산에 오를 때면 건너편 홍제동의 아파트 무리에 포위된 것처럼 보이는

인왕산자락 좁은 골 안 단층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형에 따라 꾸불꾸불 나 있는 자연스러운 골목

언덕받이를 오르는 가파른 길

도심의 눈은 이미 녹아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왕산 그늘에 내몰린 냉기로 의해 한동안 눈속에 파묻혀 있는 개미마을

산을 내려 오는 길에 들러 보기로 합니다.

    개미마을은 6.25전쟁 직후 오갈데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임시거쳐였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살면서 200여가구 400여명이 모여 살게 되었고

한동안은 인디언마을로 불리우다가

1983년 개미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지금의 이름 개미마을이 되었다는군요.

 

조세희의 "난쏘공"이나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 등 소설 속이나

깁광섭의 시 "성북동비둘기" 등에 묘사되었던 것처럼

도시의 현대화 속에 소외되고 내쳐지는 인간들

아니, 그들과 함께 사라져가는 도시인의 감성과 인성들

이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예술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인가 봅니다.

 

몇년전 군대간 아들 면회갔던 길에 들렀던 통영 동피랑의 골목그림이나

그에 못지 않은 개미마을 담장과 외벽의 그림들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빈민가의 그림들은

사라져 가는 도시인의 감성과 인성의 고향을 되살려 내려는 예술가들만의 몸짓일까요?

개미마을에는 예술계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벽과 담장에 그려 넣은 그림이 50여점이나 있다네요.

대부분 늙고 힘없고 일용노동자들인 주민들의 삶에는 물론

화제의 벽화를 찾아서

아니, 사라져 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찾아오는 많은 젊은이들과 여성들로 인해

개미마을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 공공미술프로젝트 

 한동안 광풍처럼 몰아치던 기관이나 기업주도의 뉴타운 등 대형 도심재개발프로젝트에 대해

 저는 약간은 부정적인 시각이었습니다.

물론 단독 주택소유자들의 리모델링여력 부족 등으로 인해

노후화되고 오래된 건물들의 안전상 또는 미관상 등 여러가지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대단위 재개발이라는 개발론자들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우리도 외국처럼 오래된 골목길, 역사가 있는 동네 등을 가질 수는 없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늘 함께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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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에서 

개미마을 벽화 

개미마을 벽화 

사실 인간이 수렵 유랑을 하다가 한 지역에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듯이

현대의 아파트문화는 단순한 주거문화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성에 많은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때로는 집단화하여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개인으로써 극한 대립을 일삼는 아파트문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그런 문화가 싫어서 단독주택으로 옮긴지 10여년이 되었지만

저의 성격이 특이해서 그런걸까요?

개미마을의 벽화는 그라피티차원을 넘어

환영, 가족, 자연진화, 영화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이라는

다섯가지의 주제를 담아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랍니다.

그들이 희구하는 미래의 세상을 벽화로 담아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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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벽화 

벽화 

동래수퍼앞 젊은이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귀엽던 예승이와 그의 바보 아빠 용구가 살던 개미마을 동래수퍼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영화 속에서 느꼈던 감성을 찾아 개미마을에 있습니다.

 

힘들고 복잡한 상황에 휩싸여 자신의 위치를 찾기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또는 무엇인가로부터 상처를 받은 감성이 덧나려 할 때

한번쯤 찾아가

무엇을 내려 놓고 무엇을 움켜 쥐어야 하는지 찾아보면 어떨까요?

 제가 개미마을을 찾은 날은 1월 말 어느 늦은 오후였습니다.

벌써 저녁 산그림자는 개미마을을 두껍게 덮었지만

산아래의 아파트들은 아직도 밝은 햇살 아래에 있는 시각

어쩌면 내 생각도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도 지역주택조합설립위원회가 결성되었다는 표지판을 보고

그 타이틀이 '우리 모두 같이 잘살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세웠습니다'라는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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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조합결성공고 

벽화와 커튼 

벽화 

점방같은 수퍼 

이곳도 재건축이 되면 똑같은 모양의 공동주택.

생각마저 똑 같이 재단하는 아파트가 들어서겠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사업계획처럼...

 

외벽은 그대로 두고 벽화로 덧씨웠지만 비가 새는 지붕만은 어쩔 수 없어서

최근에 지붕을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 집들도 보입니다. 

골목길을 우리 손으로 가꾸는 마을, 개미마을

주거시설의 편의와 자연재해로부터의 방호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배치 등 전체를 건드리지 않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손으로 가꾸는 우리 골목길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개미마을도 사전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미래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개미마을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