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動物世上

강천산 다람쥐

가루라 2018. 3. 22. 00:54

산에서 만나는 다람쥐는

보통은 인기척이 들리면 멀지감치 달아나거나

인간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들지요.

그러나 이것 또한 자연선택일까요?

강천산에서 만난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네요.

한걸음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도 도망치지를 않습니다.

관광객들이 지나 다니는 도로를

샅샅이 훑고 다니기도 하고

마치 뭔가를 던져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빤히 쳐다 보기도 합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 엉덩이 깔고 앉아서

차분히 뭔가를 먹기도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그리 멀리까지 달아나지 않고

한발 근처로 옮겨앉아 여전히

뭔가를 먹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람쥐는 늦가을까지 도토리 등 먹이를

땅을 파고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면에서 깨어나면

가을 늦도록 저장해 놓은 먹이를 찾아 먹어야만 하지요.

그러나 년중 내내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강천산에 사는 다람쥐는

굳이 먹이를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발톱 빠지게 땅을 파지 않아도 되고

먹이를 묻어둔 장소를 작은 머리로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만으로도

충분히 연명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자연 생태계에 인간의 간섭이 초래한 자연 선택.

어쩌면 강천산의 다람쥐는

더 이상 먹이를 저장하지 않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주변을 뱅뱅 도는 것으로 보아...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 속에 저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될 숲속의 변화.

떨어진 제자리에서 발아한 도토리 나무는

결국 근친이 될 것이고

그것이 도토리나무의 도태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인간의 간섭으로 인한 다람쥐의 자연선택이 가져올 비극.

유난히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생하는 강천산 다람쥐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설사 그게 기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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