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인왕산 산기슭에서
커다란 거미줄을 치고 있는 왕거미를 만났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커 보이는 거대한 녀석
가뜩이나 어두운 산그늘에서 만난 시커먼 커다란 거미는
타란튤라를 상기시키듯 무섭게 보입니다.
어둡고 높은 거미줄에 앉아 있어서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크기와 다리의 억센 털로 보아 산왕거미로 보입니다.
<산왕거미>
거미목 왕거미과의 절지동물
학 명 : Araneus ventricosus
서식지 : 집근처, 야외, 산지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어린 시절 시골집 처마 사이나 대밭 모퉁이에서
둥근 줄을 치고 앉아 있는 커다랗고 시커먼 거미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거친 기다란 다리, 짧은 털로 뒤덮힌 흙갈색 몸통, 돌출된 방적돌기
날카로워 보이는 큰 이빨, 배 등쪽의 날카로워 보이는 위압적인 어깨돌기
모든 외관이 겁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독이 없는 거미라 겁없이 잡아 놀기도 했었지요.
커다란 그 거미가 산왕거미였었는지 집왕거미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집왕거미는 산왕거미보다 작은 8~12mm 정도의 크기에
등딱지에 살깃엽상무늬가 있다니 아마도 산왕거미였었나 봅니다.
그렇게 친숙했던 산왕거미를
실로 몇 십년만에 인왕산 산기슭에서 만나니
흉칙한 외관이 무섭기 보다는
오히려 그로 인해 고향집이 생각나는듯 반가웠습니다.
산왕거미는 암컷의 체장이 20~30mm 정도, 수컷은 15~20mm 정도로
국내 서식하는 왕거미류중 비교적 큰 거미입니다.
검은 빛을 띤 갈색 몸통에 머리가슴에 가운데 홈이 가로로 나있고
목홈과 거미줄홈이 뚜렸합니다.
눈은 8개로 두 줄의 홑눈이며 뒤로 굽어있습니다.
큰 턱은 어두운 갈색이고, 가슴판은 심장모양의 누런 갈색무늬가 있지요.
다리는 사진으로 보듯 크고 강하며 여러 개의 센 털이 있고
검은 고리무늬가 뚜렷한 것도 있답니다.
배는 어릴 때는 삼각형이지만 성체는 둥글고
앞쪽에 어깨돌기가 생기고 검은 잎사귀무늬가 있습니다.
집 주변이나 들판, 야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당거미나 호랑거미처럼
정주형으로 집을 지어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산왕거미
비록 아름다운 무늬로 현혹시키는 매력은 없지만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다리와 몸집으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이어가는 또다른 강인해 보이는 생명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