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해남 매계마을 시하바다

가루라 2018. 8. 18. 01:24

10년만에 다시 찾은 해남 매계마을.

그 앞바다를 친구는 시하(時河)바다라 불렀습니다.

물때를 기다리는 바다.

왠지 느낌이 시적이면서도 처절하네요.

무동력선이 대부분이던 시절

목포항구로 입항하기 위해서는 밀물 물때를 기다려 이 바다를 통과하고

출항 할 때는 썰물을 기다려야 했다던가?

그 시하바다를 바라보는 매계마을 산자락에 있는 친구의 별장을 찾았습니다.

폭염 속에 찾아 오는 손님은

화환마마보다 더 두려운 거라며 극구 말리던 집사람.

그 친구는 단칸 신혼 때도 무작정 쳐들어가

한 방에서 잠을 청해도 군소리하나 없이

씩 웃으며 이부자리를 펴주던 깨벅쟁이 친구라며 강행했지요.

<펠루카 앞의 시하바다>

친구는 그 별장을 펠루카라 불렀습니다.

지중해식 하얀 벽에 붉은 기와를 얹은 지붕

그래서 하얀 돛배를 의미 하는 펠루카라네요.

거실에 앉아서 창을 통해 보면

잔잔한 시하바다에 내리는 낙조가

강굴껍질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불무기도와 함께

그림 엽서처럼 만들어 집니다.

K값을 올려서 담으니

이렇게 황금색 낙조로 바뀝니다.

와이드 앵글로 담으면

거실 유리창에 붙은 먼지의 흔적이 달밤의 별처럼...

친구는 얘기합니다.

이젠 만나겠다 하면 언제든 만나야 하는 나이랍니다.

이번 방문도 십년만에 이뤄졌으니

또 십년이면 칠십 중반인데

그 때쯤 우리 서로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나요.

흑백으로 담은 시하바다의 낙조

마당에서 흑백으로 담은 낙조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시하바다의 낙조가

우리들 인생의 낙조처럼 느껴집니다.

최미아 작가는 수필집 "잔잔한 시하바다"에서

어떤 느낌으로 시하바다를 담아내었을까?

책을 한번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민어회를 곁들인 반주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몰을 보기 위해 찾은 목포구등대

1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네요.

삼학도 전설을 설명하는 세 마리의 학을 빚어 세운 조각상과 유달산,

 강강술래를 상징하는 포토존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목포구등대와 조각상 포토존을 따로 담았습니다.

내자의 얼굴은 본인의 뜻에 따라 가우시안 흐림처리를 했습니다.

목포구등대 

강강술래 포토존 

세마리의 학 사이로 지는 해를 담으려 했던 낙조.


오랜만에 만나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옛이야기를 하느라 놓쳤지만

아쉬움 보다는 50년을 뛰어넘은 옛이야기로 가슴이 더 먹먹해졌습니다.

바지선을 힘겹게 끌고 가는 예인선 뒤로

목포 앞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공사중인 연륙교가

해무 속에 희미한 그림자로 보입니다.

십년 사이에 해변엔 민박집도 들어섰습니다.

매점과 주차장 파라솔과 벤치

그 사이 목포구등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나 봅니다.

해남군 화원면은 남북으로 길게 누운 반도 모양입니다.

송호리의 땅끝마을이 남쪽에 있는 육지의 땅끝이라면

화원반도 매월리 목포구등대는 북서쪽으로 땅끝입니다.

예전에는 없었던 목재데크계단을 만들면서

땅끝해남 표지글자를 이 곳에도 붙여 놓았습니다.

목포구등대와 육지 사이로 지는 낙조는

등대 입장시각이 지나 포기했고

전망대에 비치된 비치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시하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암태도 뒤로 넘어가는 낙조를 봅니다.

목포에서 압해도까지 연결된 압해대교는 이미 개통되었고

암태도까지 다리가 연결되면

이미 섬끼리 연결된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휘감아 도는

2번국도가 섬들을 하나로 연결한다니

아무 때나 그 섬에 갈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다시 친구의 별장으로 돌아 온 길

안좌도와 팔금도 사이로 초승달마저 지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듀엣으로 즐겨 부르곤 했던 노래를

근 50년만에 같이 부르다 보니

밖은 이미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어둠 속에서 시간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듯했지요.

우리가 언제 또 다시 고딩시절처럼

이렇게 노래하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시하바다는 알까요?

친구가 가꾸는 화초들과 유실수들이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죽는 날까지 그 시절을 떠올리고 망각하고

그러면서 세월은 흐르겠지요.

01

02

03

04

백합 

참나리 

애기범부채 

철 모르는 코스모스 


노지에서 월동하고 꽃을 핀 시계초 

분홍낮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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