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깽깽이풀의 수난

가루라 2019. 4. 8. 00:51

고양이의 발길질 속에 간신히 하나만 살아남은 깽깽이풀.

2011년도에 야생화농장에서 샀던 아이들을

분주하면 못산다는 농장주의 조언을 무시하고

포기나눔을 해서 잘 키웠습니다.

작년에는 종자에서 발아한 2세까지 꽃을 피워서

우리집 마당에 완전하게 정착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젠 떨어진 종자에서 F1, F2, F3 계속 증식하여

자줏빛 깽깽이풀 꽃이 가득해질 마당을 꿈에 그렸지요.

자연 상태에서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남획으로

멸종위기를 느껴 보호되고 있었지만

우리집 마당에서 고양이로 인해 멸종위기를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겨울 내내 우리집 마당을 무단으로 드나들던 길냥이 한마리가

맨땅이 드러난 마당에 배변을 하고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주변의 흙을 발톱으로 끌어 모아 덮는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배변을 하고는 주변의 모래를 끌어다 덮는 습성이 있습니다.

물론 서열이 높은 들냥이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변 테러를 그대로 남겨두기도 한다네요.

잔디 위에 그대로 남은 분변을 발견한 적도 있으니

한마리만 드나든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변을 감추는 고양이의 그런 습성 때문에

땅속에서 숨죽이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마당의 야생화들이

처참하게 뿌리채 뽑혀 나가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지요.

앵초와 노루귀는 깡그리 사라져 버렸고

그나마 분주해서 두 군데에 나누어 심어 놓았던 덕분에

다행히 깽깽이풀 하나는 살아 남아서

이렇게 꽃을 피웠습니다.

올해 떡잎 한장을 달고 나온 2세들을

어떻게 해서든 잘 보호해서 증식을 시켜야할 상황입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짐승의 변화에 기대하기는 불가능하겠지요.

겨울이 오면 땅속뿌리들을 보호할 특단의 조치를

올 겨울에는 해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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