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호랑지빠귀를 만나다.

가루라 2020. 3. 28. 00:03

탕춘대 능선 어느 골짜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호랑지빠귀 한쌍을 만났다.

처음 보는 호랑지빠귀.

주변의 낙엽이나 수피와 비슷한 보호색으로 인해

겨울산에서 호랑지빠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같다.

 

<호랑지빠귀>

척삭동물 참새목 지빠귀과의 여름새

학   명 : Zoothera dauma (Holandre, 1825)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우수리, 시베리아 남부

서식지 : 낮은 산지 숲

영   명 : White's ground thrush

 

해가 벌써 서산마루에 걸릴 무렵

혼자서 탕춘대성곽길 주변의 그늘사초를 담고 있는데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가 난 방향을 뚫어져라 훑었지만

그 정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리 굵지 않은 나무줄기와 낙옆에 몸을 숨기고

먹이활동 중이었던 호랑지빠귀 부부.

한참 걸려서야 비로소 그 소리의 존재를 찾아냈다.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해 내딛는 내 발에서 나는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에 잔뜩 경계하는 눈빛이다.

 

참나무 그루터기로 뛰어 올라도

시선이 따라가지 않았으면

참나무 수피 무늬 속에서 호랑지빠귀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을듯 싶다.

 

호랑지빠귀는 지면을 발로 두드리는 춤을 추어서

땅 속의 지렁이들이 밖으로 탈출하도록 만드는 지혜를 가진 새다.

마치 백로과 새들이 개울가 수풀을 발로 휘저어서

수풀 밖으로 뛰쳐 나오는 물고기를 잡듯.

지렁이들은 땅속의 두더지가 내는 땅울림에 놀라서

지상으로 몸을 피한다고 한다.

두더지는 땅 밖으로 나간 먹이에는 관심이 없지만

호랑지빠귀는 지상으로 도망쳐 나온 지렁이가 목표라니.

 

아마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먹잇감이 움직이도록 낙엽을 요란하게 밟는 소리였나 보다.

인기척에 놀라 한 마리가 푸르르 날아오르더니

뒤이어 또 한마리가 그 근처에서 날아 오른다.

암컷과 수컷의 무늬나 체구가 비슷해서 암수구별이 힘들단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면

위에 있는 것이 꼬리깃이 더 길게 보인다.

 

호랑지빠귀는 몸길이 약 29.5cm로 제법 큰 새다.

깃은 노란색을 띤 갈색이고

몸통은 검정색 과 흰색의 비늘무늬가 있다.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바위와 구별도 쉽지 않다.

 

주로 곤충의 성충이나 유충, 거미, 지네, 달팽이, 지렁이류를 잡아 먹고

포도나 머루열매 같은 식물성 먹이도 먹는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북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남부나 대만, 필리핀, 동남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겨울을 남쪽에서 나고 벌써 번식을 위해 온 것일까?

 

몇번을 움직임 끝에 부러진 참나무 가지에 앉았는데

하얀 분변이 묻어 있는 걸로 보아

여기를 터를 잡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늦은 오후 ISO를 1000까지 올려도 속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

며칠 후 오전 시간에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지 벌써 두달째

비록 다람쥐 쳇바퀴돌듯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동네 주변만 돌고 있지만

그 덕분에 우리 주변에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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