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鳥類世上

백사실계곡의 참매

가루라 2020. 4. 18. 00:19

서울 도심속 마지막 비경이라는

종로구 부암동 소재 백사실계곡에 참매가 살다니?

백사실계곡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다녔지만

참매를 본 건 처음이다.

사냥을 위해 하늘을 맴도는 맹금류를

숲에 사는 작은 새들처럼 숲속 나무 사이에서 볼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다.

그 참매가 불과 4~5m 앞 계곡에 앉아 있다니!

 

<참매>

척삭동물 매목 수리과의 조류

학   명 : Accipiter gentilis schvedowi (MENZBIER)

분포지 : 한국, 시베리아, 중국 동북지방, 중국 서부에서 히말라야, 사할린 , 일본, 북아메리카

서식지 : 잡목림의 교목 사이

영   명 : Northern goshawk

효   용 : 매사냥을 위해 사육 

 

백사실터 근처 계곡에 앉아 있는 커다란 새 한마리.

청회색 날개를 접고 물 위에 앉아 있어서

다친 새가 떨어져 있나 했다.

자세히 보니 발 아래 물 속에 뭔가 있다.

샛노란 테두리의 매서운 눈매로 돌아보는데 참매다.

숨이 턱 막히는 광경이다.

갓 사냥한 까치를 물 속에 넣고

발로 눌러 질식사시키는 중인가 보다.

 

노란 둥근원이 선명한 저 부리부리한 눈과 흰색 눈썹선.

날카로운 부리와 강인해 보이는 노란 발톱.

푸른빛이 도는 강력해 보이는 잿빛 날개.

흰색 다리 깃털에 있는 잿빛을 띤 갈색 가로무늬는

아랫면 가슴털까지 이어진다.

배쪽을 볼 수 없는 위치였지만 앞가슴의 우아한 무늬가 상상된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계곡에는 어스름이 제법 내려 앉았지만

어둠조차도 최상위 포식자인 참매의 위엄을 가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잡은 까치를 물 밖으로 꺼내 숨이 멎었는지 연신 확인하는 중에도

먹이활동을 방해 하는 셔터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참매는 천연기념물 323-1호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는 겨울철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텃새지만

겨울에 북악스카이웨이 등에서 볼 수 있단다.

보는 것만에도 가슴벅찰 귀한 새의 사냥장면까지도 보다니

코로나가 가져온 사회적거리두기 덕분이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매류는 약 58종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6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황조롱이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매와 참매, 붉은배새매, 새매, 개구리매 등 6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먹이의 오염과 서식지 파괴, 남획 등으로 줄어가는 개체수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학명은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속명 "Accipiter"은 '움겨쥐다'를 뜻하는 'accipere'에서 유래했고

종소명 'gentilis'는 '귀족의(noble)' 또는 '점잖은(gentle)'을 뜻하는데

중세에 매사냥을 위해 참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것은

귀족들에게만 허용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0월 경에 오는 겨울새로

4~5월에 번식하고는 북쪽으로 이동한다.

윤무부교수의 관찰기록에 따르면

북악스카이웨이 주변과 경희대학교 숲에서 드물게 발견된다는데

까치를 사냥한 참매를 눈앞에서 본 것은

정말 행운이다.

흔하게 보는 오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 외에도

아물쇠딱따구리, 나무발발이, 오목눈이 등

예전에 비해 더 다양한 조류들이 백사실계곡 숲에서 관찰되었다.

어쩌면 시회적거리두기로 멀리 나가지 못하고

백사실계곡을 더 자주 찾으면서 드러난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들은 늘 우리 곁에 그렇게 있었음에도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을 바쁜 일상에 묻혀서 몰랐었을 뿐.

백사실계곡 숲의 생태계가 다양하고 건강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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