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당근 꽃으로 키우기

가루라 2022. 9. 30. 19:27

#당근 #당근꽃

당근을 먹다 만 머리 부분을 심어

화초처럼 당근꽃을 보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릇에 물을 채워서

싹이 트는 것만 보다가

싹이 튼 것을 흙에 옮겨 심어서 꽃을 본 후

아예 당근꽃을 키우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우리가 보통 채소를 대하는 것은

식용으로 먹는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본다.

무 꽃인 장다리나 배추꽃인 유채 등

민꽃식물을 제외한 모든 식물이 꽃을 피움에도 불구하고

먹는 식물류는 먹는 부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그것들이 피우는 꽃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뿌리를 먹는 당근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던 것이 유채꽃 단지처럼

대규모의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곳에

먹는 채소들이 꽃으로 등장하면서

화초와의 경계가 무너졌다.

유채꽃 축제, 메밀꽃 축제, 보리밭 축제, 매화축제, 배꽃 축제 등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눈으로도 즐기는 관광상품으로 포장되는 농산물들.

오로지 먹거리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던

배 고팠던 시절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배고픔을 잊고 꽃에 집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불과 몇십 년도 채 되지 않았던

내 어린 시절만 해도 꽃을 즐기는 것은

화훼목이나 화초에 국한되었을 뿐

그것도 대량으로 식재하여

보는 것으로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꽃이 피기 전에 수확하여

뿌리채소로 먹는 당근이지만

당근을 대량으로 식재하여 당근꽃 축제를 여는 것이

왜 안될 게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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