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昆蟲世上

벌꼬리박각시

가루라 2018. 10. 30. 23:44

숲그늘 꽃향유 군락 사이를 파닥이는 작은 소리

벌꼬리박각시 한 마리가 힘겹게 꿀을 따고 있네요.

숲 사이로 이미 내려앉은 짙한 어스름에

ISO를 최대로 올려도 깔끔한 얼굴을 보기 어려운 시각.

초당 70~80회의 힘겨운 날개짓으로 공중에 정지하는 호버링(Hovering)기술만은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띄이네요.


<벌꼬리박각시>

절지동물 나비목 박각시과의 곤충

학   명 : Macroglossum pyrrhostictum (Butler, 1875)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출현기 : 6~10월

국생종에 수록된 박각시과의 곤충만 해도 52종이나 되어서

유사한 모양을 가진 꼬리박각시, 검정꼬리박각시, 벌꼬리박각시를

정확히 구별하여 동정하는 것은 아마추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진으로 담은 박각시는

제2~4배마디 옆에 황색 무늬가 있고

제6마디 뒷가두리에 흰색 띠가 있는 것으로 보아

벌꼬리박각시로 동정합니다.

잘못된 동정이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자연계에 정지비행을 하는 개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조류 중에는 대표적인 벌새와 물총새, 황조롱이, 물수리 등이 그렇습니다.

그 중 벌새는 박각시와 마찬가지로 흡밀을 위해 호버링을 합니다.

물총새, 황조롱이 등이 사냥감을 정확히 식별하기 위해 호버링을 하고

호박벌은 짝짓기를 위해 호버링을 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이것을 일종의 수렴진화(收斂進化)라고 합니다.

둘 이상의 생물이 적응의 결과 유사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지비행을 위해서는 초당 60~80회의 날개짓을 해야 하고

그러한 날개짓은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긴 빨대나 긴 혀로 공중에서 빠른 시간에 흡밀을 하고

다른 꽃으로 바삐 이동해야만 체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호버링을 하는 것으로 진화한 것일까요?

게코도마뱀처럼 벌새의 비행이나 박각시의 호버링은

오늘날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동물들입니다.

초당 수십회의 날개짓을 하는 박각시를 스틸사진으로 제대로 담으려면

셧터 스피드를 얼마나 빠르게 해야 할지?

밝은 햇빛 아래 비행하는 박각시의 짱한 얼굴을 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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