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318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섬백리향 손바닥 가득 묻어 나오는 그 향기가 좋아서 마당에 심었었다. 그러나 마당을 온통 다 덮어버릴 듯한 기세로 빠르게 번져서 부담스러운 울릉도 특산 야생화이다. 바닷가 암벽에 붙어서 그 향기로 안개 속 뱃사람들의 눈이 되어주었다는 전설에 척박한 담장 위로 옮겨 심었다. 담장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백리향의 향기가 골목 저 입구부터 가득 차기를 바라며. 우리 집 앞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섬백리향처럼 향기롭게 살기를 바라며. 담장 위에 자라던 늙은 호박을 몰래 따갔던 사람도. 대문 밖에 걸린 으름덩굴의 갓 익은 으름을 몰래 따간 사람도. 모두가 섬백리향의 진한 향기에 취해 남의 것을 탐내는 불량한 태도를 버리고 향기롭게 살기를 바란다.

큰메꽃

어린시절에 불렀던 동요속에도 녹아 있을만큼 친숙한 야생화 메꽃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메꽃은 메꽃, 큰메꽃, 갯메꽃, 애기메꽃, 선메꽃, 서양메꽃 등 6가지가 있다. 낮은 산지는 물론 민가 주변 공터와 논밭두렁 등 서민들의 생활 근거지와 맞닿아 있어서 동요에도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주로 원예종 화초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시각에 화초에 집중되면서 메꽃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사라는 것 같다. 특히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화려한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불과 4,50년 전의 평범한 서민적 삶의 향취마저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지는 요즈음이다. 인왕산 오르는 길목에 활짝 핀 큰메꽃. 나를 다시 한번 바라봐달라는듯...

붉은 개양귀비 한 송이

#개양귀비 4월에 사서 심었던 노란 개양귀비 한 포기 포트 모종 하나에 빨간 개양귀비가 섞여 있었던지 노란 꽃들이 모두 피고 지자 뒤늦게 빨간 개양귀비 한 송이가 피었다. 노란 개양귀비의 등쌀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꽃줄기도 똑바로 뻗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어져서 커다란 꽃송이도 이기지 못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화려하면서도 애처롭게 보인다. 주류를 이루는 세력 속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 죽음 힘을 다해 꽃 한 송이를 피운 붉은 개양귀비가 한없이 소중하다.

티스토리, 너 낯 설다.

티스토리로 이전 신청을 했다가 작년에 잠깐 쓰다만 티스토리가 휴면 상태여서 바로 이전이 안되고 버벅 거렸다. 그 사이 태풍으로 인한 일시 정전으로 컴퓨터가 다운된 후 나의 모든 일상은 다운되어 버렸다. 10년 넘게 운영했던 다음 블로그 그 사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사천육백여 건의 사진과 글을 올렸었는데 닉네임조차 바뀌어버리고. 묘하게 시기가 겹친 컴퓨터의 다운과 블로그 중단 글쓰기마저 중단되어버린 나의 일상 다시 추스릴 수 있을까? 컴퓨터는 아직도 완전하지 않은데 석양에 빈 하늘로 떠나는 비행기처럼 마음은 아슴하다.

무당개구리 올챙이 이소

노랑어리연을 보기 위해 마당에 묻어 놓은 수조를 무당개구리에게 내어준지 벌써 수년이 되었다. 해마다 4월 중순쯤 수조를 찾아와 산란을 하곤 한다. 아마도 마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 속 어딘가에서 월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성체 세 마리가 왔다. 색깔로 보아 암컷 한마리에 수컷이 두 마리로 생각된다. 조그만 무당개구리 한마리도 특이하게 올해는 대동했다. 아마도 작년에 태어난 늦둥이가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찾은 것 같다. 많은 무당개구리가 부화하지만 다시 찾아오는 것은 작년까지는 늘 두 마리뿐이었었다. 4월에 낳은 알은 이렇게 타래로 낳기도 한다. 늦게는 7,8월까지도 한알씩 알을 낳기도 했다. 우기가 시작되면 노랑어리연이 자라는 수조뿐만 아니라 빗물이 고이는 돌구유에도 산란을 한다. 수조에서..

노랑애기낮달맞이꽃과 길냥이

작년에 개체수가 많이 늘어서 소멸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았던 노랑애기낮달맞이꽃. 근생엽은 로제트형으로 지면에 붙어 있고 고작 10cm 정도밖에 되지 않은 꽃줄기에 이름처럼 작은 달맞이꽃이 핀다. 작은 공간에도 만족하며 예쁜 꽃을 피우는 이 아이는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가 고향으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작은 꽃들이 올해는 한두 개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지난겨울부터 이른 봄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 집 마당을 드나드는 귀여운(?) 길냥이들 때문이다. 배변을 하고 얌전히 그냥 그대로 두면 내가 치우면 그만인데 꽃 그 흔적을 없애겠다고 뒷발로 땅을 파서 덮는 습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24시간 경비를 설 수도 없고 난감한 지경인데 누가 퇴치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식초를 뿌려보기도 하..

우리집 블루베리

딸네 아파트에서 다 죽어가던 블루베리 우리 집에 가져온 지 6년 만에 대형 성목으로 자랐다. 올해 유래 없이 많은 꽃을 피운 블루베리 손자들에게 맘껏 따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잔뜩 부풀었었다. 고향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하는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해마다 블루베리를 사서 좋아하는 손자들에게 주고 했어서 나무에 달린 블루베리를 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체험학습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역시 블루베리 농부는 따로 있나 보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줄기 끝에 자주색으로 피었던 꽃들은 대부분 말라서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달린 블루베리 알도 그렇게 굵지 않고 익는 것도 일시에 익지 않아서 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올해도 친구에게서 블루베리 10kg을 샀..

금붓꽃 한 송이

십여 송이를 피울 만큼 세력이 왕성했던 금붓꽃 소나무 밑동 둘레에 반호로 심으면 꽃이 피었을 때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서 옮겨 심었다가 모조리 고사해버렸었다. 속상한 마음에 애써 잊어버리려 노력했었지만 이름처럼 무슨 금덩어리를 잃은 듯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서 작년에 다시 사서 심었던 금붓꽃 아쉽게도 올해 단 한 송이의 꽃을 피웠지만 정말 금덩어리처럼 소중하게 느껴진 금붓꽃 내년에는 더 많은 꽃이 피기를... 금붓꽃이나 각시붓꽃, 솔붓꽃 등은 뿌리가 머리카락처럼 가늘어서 이식해서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