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318

근하신년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없이 한해가 또 저물었다. 해마다 이맘 때면 괜히 발걸음도 빨라지고 마음도 더 부산해지는 것은 저물어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해 놓은 것도 없이 낼 모래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현직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간은 정지되어 있는듯 한데 나이를 말하는 숫자는 점점 더 커지 현실. 세월은 그렇게 흐르는데 세월이 흐르는 이치조차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먼 하늘만 바라보는 심정으로 또 한 해를 보낸다.

추억의 으름 도둑

#으름 어린 시절 고향 산에서 따먹었던 으름.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해 마당에 으름덩굴을 심어 담장 너머로 걸쳐 놓은지 5년째 작년에 열매가 없이 처음으로 꽃만 몇 송이 피더니 올해는 유래없이 많은 꽃이 피었다. 내심 많은 으름이 달려서 손자들에게도 추억의 조선바나나 으름을 맛보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단 한 개만 달린 으름. 한 개 달린 열매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수확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9월 30일 노랗게 익은 열매가 살짝 벌어져 달콤한 향기가 스며 나왔다. 다음날인 주말을 맞아 집에 올 손자들에게 보여주고 으름을 따려고 사진으로만 담았었다. 다음날 손자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나가보니 아뿔싸! 나쁜 손모가지가 지나갔는지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카타르월드컵 브라질전

우리 나라 국가대표축구팀이 브라질을 이길 수 있는 확율은 15.99%. 비록 더 낮은 9%의 확율을 딛고 포르투갈을 이겼지만 조별리그와 녹다운 방식의 토너먼트는 다르다. 확율은 결과를 치장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할 뿐이고 축구공은 둥글다 해도 실력 차이가 현격하면 의미없는 말이다. 그래도 단 1%의 가능성만 있다고 해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우리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새벽 또 다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원면서...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축하

살면서 이런 날을 또 볼 수 있을까 했다. 해외 전문가들조차 다들 불가능하다 했던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 그 믿을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역사가 다시 써졌다. 60~70년대 축구경기를 보기 시작한 이래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진출로 분데스리가의 열렬한 시청자가 되었다.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서울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까지 진출한 것을 보고 이제 내 평생 이런 날을 또 볼 수 있을까 했다. 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았고 유소년 시절부터 잔디구장에서 튼튼한 발목과 기술력을 키운 유럽 축구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매 월드컵 본선에서 실감했었다. 2002한일월드컵 후 유럽리그에 진출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늘어가자 한 때 또 다시 4강 이상을 갈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과신이었다..

카타르월드컵 우루과이전

#카타르월드컵 #붉은악마응원 #광화문광장응원 #한국:우루과이조별예선 마침내 시작된 2022카타르월드컵. 이틀째 들려온 이변의 연속. 사우디가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잡고 일본이 뮐러의 독일을 잡았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이변은 늘 있어 왔지만 축구의 변방이라 불리던 아시아의 두 팀이 전통의 강호를 잡았다는 것은 커다란 흐름의 신호탄이 아닐까? 아니 그 전조는 이미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잡은 우리나라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우디의 기계적인 오프사이드트랩 운영. 일본의 질식할만한 압박과 밀착 수비. 두 팀 모두 공통적으로 상대의 완벽한 분석을 통한 치밀한 조직력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지역 예선까지 보여주었던 우리 국대축구팀의 후방빌드업 전술. 사우디와 일본의 경기에서 보았듯 후방빌드업을 ..

섬초롱꽃나물

#섬초롱꽃 울릉도 특산종인 섬초롱꽃 자생 야생화 중 이렇게 번식력이 높은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매년 많이 뽑아내 버려도 뽑아낸 것 이상으로 개체수가 늘어서 담장 밑과 축대 아래는 거의 섬초롱꽃 차지가 되어버렸다. 매년 뽑아서 버려버렸었는데 올해 초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섬초롱꽃 나물을 알게 되었다. 꽃을 보기 위해 심었던 야생화인데 너무 번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뽑아버리던 것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울릉도에서는 모시나물이라 부르나 본데 3~4월에 어린순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시금치나물처럼 무쳐내었다. 시험삼아 한 대접 정도의 양만 만들었지만 아삭하고 달보드레하면서 약간 쌉싸래한 맛이 매력적이다. 내년부터 우리 집 마당의 섬초롱꽃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마당에 찾아온 왕자팔랑나비

#왕자팔랑나비 올해 마당에 처음으로 나타난 왕자팔랑나비. 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줄점팔랑나비에 비해 나는 모습도 우아하다. 팔랑나비과의 나비는 지구상에 3,000여 종이 있고 그중 대한민국에는 26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줄점팔랑나비는 마당의 단골손님이다. 낮은 산지의 숲에 서식하는 왕자팔랑나비는 산자락을 산책할 때 종종 보기는 했지만 주택가의 마당에 나타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앞날개에 흰 것 3개와 작은 것 5~7개의 흰 무늬가 있고 뒷날개의 앞면은 검은색이지만 남쪽에서는 흰 띠가 있는 경우가 많다. 큰세잎쥐손이의 분홍색 꽃에 앉은 것을 보니 흰색의 무늬는 얇은 막처럼 분홍색이 투과되어 보인다. 그동안 마당에서 볼 수 없었던 왕자팔랑나비의 출현은 마당의 생태계가 산지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