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 1286

바질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향신채 바질 매년 저절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지 10여 년은 된 것 같다. 여린 잎을 따서 먹을 시기에는 전혀 드려다 보지도 않다가 꽃이 피는 시기면 찾아본다. 가지 끝 기다란 꽃이삭에 하얗게 피는 통꽃은 마디마다 5~6개 정도가 돌려나며 달린다. 꽃받침이 위에서 아래를 향해 달려서 꽃의 속을 드려다 보기는 힘들지만 종자가 익으면 주변에 흩뿌리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매년 화분이나 마당에 떨어진 종자가 새로 싹을 틔우고 자라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바질이 향신채로 들어가는 스파게티를 좋아하면 화분 속의 바질이 남아나지 않았을 텐데 면류 음식을 싫어하는 탓에 매년 바질 꽃을 본다.

한라구절초

가을마당을 환하게 밝혀 주는 한라구절초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구절초는 종류가 많다. 포천구절초, 신창구절초처럼 한라구절초도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인공배양이 되어서 요즈음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라구절초 구절초,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구절초는 6가지이다. 자생하는 구절초를 꽃만 보고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한라구절초는 다른 구절초와 달리 잎 모양이 뚜렷해서 비교적 구별하기가 쉽다. 잎이 두껍고 선형으로 잘게 갈라지며 갈래조각이 짧다. 자생지에서는 희귀 및 멸종위기종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배양종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마당에 공간이 있으면 심어보기를 추천한다.

풍로초

작은 화분에 키우기 가장 좋은 풍로초 키도 작고 온도만 잘 맞추어 주면 5월부터 9월까지 실내에서 꽃을 볼 수도 있다. 작지만 분홍색 바탕에 빨간 화맥이 더욱 돋보이는 풍로초 가격도 싸고 뿌리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근상으로 키우기도 좋은 풍로초 풍로초는 흰색, 분홍색, 빨간색에 겹꽃도 있다. 불을 피우는 풍로를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는데 어디가 풍로를 닮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옛날 손으로 돌리는 풍로의 날개가 다섯 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설마 그것이 닮았다는 것일까? 이름의 유래가 무엇이든 어떠랴? 꽃만 아름답고 키우기 쉽다면 그만인 것을.

큰메꽃

옛사람들의 춘궁기 구황식물이기도 했던 큰메꽃 달착지근한 메꽃 뿌리는 배고픈 백성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먹거리이기도 했듯 어린 시절의 동요로도 친근한 식물이다.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수수한 메꽃의 매력은 나팔꽃과는 다른 멋이 있다. 자라는 지역에 따라 색깔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큰메꽃 꽃의 크기도 토양의 환경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메꽃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친근한 꽃이다.

꽃향유

산자락이나 주택가 공터 약간 건조하고 메마른 자갈밭이나 사질양토에서도 잘 자라는 꽃향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 꽃은 줄기와 가지 끝에 달리는 꽃이삭에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하게 핀다. 마치 작은 브러시나 칫솔을 상기시키듯 네 개의 수술 중 두 개가 길게 화관 밖으로 돌출되어서 더욱더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가을철 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물로 인기가 있듯 도시의 가로공원을 장식하는 화초로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털중나리

마당에서 키우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작년에 8송이의 꽃을 피운 털중나리 털중나리는 우리나라 중산간에 흔한 야생화이다. 야생나리 종류들 중 솔나리,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등을 키워보았지만 솔나리와 하늘말나리는 키우기가 쉽지 않아서 포기했다. 꽃이 조금 더 큰 참나리보다 꽃은 작지만 더 강렬한 색감을 주는 털중나리 게다가 참나리는 주아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옆에 지저분하게 증식되는 것이 싫은데 털중나리는 종자로만 번식되니 쉽게 늘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좁은 마당에서 키우기도 좋다.

천년초

화분에서 키운 지 10년 만에 작년에 가장 많은 꽃을 피운 천년초 그동안은 꽃이 져도 열매가 달리지 않았었는데 작년에는 열매도 3개나 붉게 익었었다. 식용색소로 쓰는 열매를 얻을 목적도 아니고 선인장의 속을 먹을 생각도 아니고 오로지 꽃을 보기 위해 키우는 천년초. 나는 납작한 손바닥형태의 선인장은 모두 백년초인 것으로 생각했었으니 재작년에야 처음으로 이것이 천년초인 것을 알았다. 고향에서도 장고방 옆 양지바른 곳에 열매를 식용색소로 쓰기 위해 백년초를 키웠었다. 그것의 형태가 손바닥 모양이고 꽃도 이렇게 노란 꽃을 피웠기에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백년초로만 알게 된 것이다. 천년초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200개 가까이 되는 가느다랗고 짧은 솜털가시 다발이 있어서 잘못 만지다 손이나 다리에 고시라도 박..

당근꽃

복산형꽃차례로 하얀 꽃을 피우는 당근 거대한 꽃송이를 보기 위해 매년 당근을 키운다. 아니 키운다기보다 화분에 떨어진 종자에서 매년 당근 싹이 자라니 그냥 보는 것이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핀 한 송이가 수십 개가 모여 다시 거대한 꽃송이를 이룬다. 마치 거대한 은하계를 보는듯하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꽃이 작아서 맨눈으로 보기에는 그 형태를 정확히 보기 어렵지만 접사를 통해서 보면 오묘하다. 꽃잎의 끝이 말려서 마치 하트형으로 보이는 다섯 장의 하얀 꽃잎과 꽃잎 사이에 숨은 5개의 수술 봉긋한 하슴에 짧게 솟은 암술 보통의 꽃모양과는 다른 당근 꽃의 매력이다.

덩이괭이밥

10월에 다시 꽃을 피운 덩이괭이밥 서울에서는 노지월동이 불가능하여 화분에 심어 카우는 고향집 화단의 덩이괭이밥 5월에 한번 꽃을 피웠었는데 10월에 다시 꽃을 피웠다. 남아메리카 원산의 옥살리스가 토착화된 덩이괭이밥 덩이줄기가 토란처럼 둥그렇거나 가지처럼 길쭉하게 덩어리가 되기도 해서 덩이괭이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통은 5~9월 사이에 산형꽃차례로 꽃을 피운다. 고향집 화단에서 캐왔던 덩이괭이밥은 5월에 피고 10월에 또다시 꽃을 피웠는데 고향집에 10월에 갔을 때 꽃이 한창이었다. 남부지방에서는 노지월동이 가능하니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죽지 않고 여기저기 많이 번졌다.

바위취꽃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수많은 연처럼 생긴 바위취꽃 물기가 많은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나 반그늘에 자라는 바위취는 취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잎 양면에 거친 털이 많아서 나물로 먹기보다 약용으로 쓴다. 땅바닥을 기는줄기로 옆으로 번져서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그늘지고 습한 곳은 삽시간에 바위취로 덮여버린다. 우리 집 화단에서는 제일 거추장스러운 풀이다. 그나마 나는 꽃이 좋아서 몇개씩은 살려두지만 아내는 보이는 족족 뽑아버린다. 지면을 덮는 귀모양의 이파리 밑에 무슨 벌레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위취의 꽃은 우리집 화단보다는 동네의 어느 빌라 그늘진 축대 사이에서 더 많이 본다. 사람에게도 그런 말을 하듯 자연계의 식물도 적당히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당히 해라"는 말을 하지 않도..